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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눈물 종량제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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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6.18 16: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지숙 작가·칼럼니스트·문학심리상담사
누군가는 눈물의 양으로 그 사람의 순수성과 인정지수를 측정한다. 때로는 우리는 인정이 없는 차가운 사람을 눈물이 적고 감성도 메마른 경우로 판단하기도 한다.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물은 그 사람을 인간적으로 보이게도 하고 종종 상대에게 닫힌 마음의 문을 조심스레 열게도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때로는 흐르는 눈물의 양을 상황에 맞게 적당하게 조절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건만 간혹 슬플 때의 감정은 우리가 주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형제 중 유난히 눈물이 많은 나는 마음이 무척 감성적이고 여린 편이다. 친정어머니와의 이별 후 확실히 증명이 된 것 같다. 어머니 얘기를 할 때 마다 눈물을 흘리는 나와는 달리 언니들은 너무나도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인지 아니면 그리움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종종 흘러 난감할 때도 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 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며 짐승 중에 낙타와 코끼리도 눈물을 흘리지만 정서적 눈물은 사람만이 흘릴 수 있다. 그것이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이다. 이런 배경으로 “인간적인 사람이 눈물을 잘 흘린다” 는 대부분 사람들 생각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요즘 언론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수많은 슬픈 소식들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직장 내에서의 과로사, 학교나 직장에서의 따돌림으로 인해 스스로 소중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뉴스, 노동 현장에서의 예기치 못한 사고사, 교통사고, 독거사 등등 마음이 편치 않은 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고 원하건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고 녹록지 않다. 저마다 아프다고 울부짖어도 주위에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가 보다. 그래서인지 다들 마음속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 나약한 모습으로 바뀌는 것 같다. 어찌 생각하면 지금처럼 여러 가지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이 대단하게 보이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봐야 할 요즘인 것 같다. 서로를 불신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크게 소리 내는 현실 앞에서 “서로를 믿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믿음은 나를 내어주는 고귀한 행위” 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이 깊이 다가온다.

눈물은 일종의 종량제 같아서 예전에 많이 흘리면 눈물샘이 말라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데 요즘의 우리가 그런 모습이 아닌지 안타깝다. 각자에게 닥친 어려운 현실 때문에 정서적으로 메마른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무언가에 억울한 사연이 있는 사람 만나면 같이 들으며 공감해주고,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 만나면 상처를 보듬어 주기도 하고, 외로운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너보고, 같은 운명의 공동체로 서로에 대한 비판과 비난보다는 각기 다른 입장을 이해하면서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보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서로가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함께 할 때 우리의 삶이 조화를 이뤄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는 것을 인식하게 될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무감각한 사람보다는 주변의 안타까운 소식이나 슬픈 장면을 보면 맘껏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 역지사지로 타인의 감정까지도 들여다볼 줄 아는 배려있는 사람, 지인의 부고소식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낄 줄 아는 정서가 풍부한 사람,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위해 어깨 한쪽을 내밀 줄 아는 여유로운 사람이 많아져서 이 사회가 인정 넘치는 세상이 되면 우리는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눈물만큼은 종량제가 적용되지 않아서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면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의 눈물을 얼마든지 흘릴 수 있도록 눈물샘이 마르지 않으면 좋겠다. 차가운 가슴보다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이 좀 더 많아지는 이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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