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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래 자산을 얻는 법

한보라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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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7.23 14: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보라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외래교수
지역 사회에서의 청년 이탈은 그 지역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최근엔 0.78이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최저 출산율이라는 인구 절벽과 맞물리면서 지역 사회의 근간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 예술가들의 현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방을 떠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청년 예술인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각 지역 사회의 예술 관련 유관기관들이 각종 대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떠나는 청년 예술인들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필자 또한 청년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대전예총 대전예술 잡지 8월호 좌담 특집에 참여해 그 문제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우선 그 방법을 찾기 전에 청년예술인들이 왜 지방을 떠나고, 뭘 원하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은 의외로 단순한 이유로 자기가 나고 자라고 배운 곳을 떠난다. 지극히 단순한 순리로, 수요를 따라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요자는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소비하는 대중을 의미한다. 다양한 부류들이 있을 수 있으나, 대표적인 수요자로 아트 컬렉터나 관객을 들 수 있다. 특히 이 두 부류는 청년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예술인의 생계와도 직결돼 있어 수요를 따라 공급이 이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유다. 그러니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 단순한 순리로, 관객도 컬렉터도 없는 썰렁한 전시장에서 득도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조금은 다소 불편하고, 거친 언쟁에 상처를 입을지라도 소통을 해줄 수 있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청년예술인들의 눈에 비친 지역 사회의 현실은 어떨까? 그에 대한 답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나와 있다. 비단 예술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앞서 서두에서 말을 했듯이,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사회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이다. 그런 문제를 특정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해소시킬 수는 없다. 지역사회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보다 더 근본적인 사회 전반의 시스템 문제이기 때문이다. 많은 청년들이 지역 사회를 떠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교육, 보건, 문화 인프라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계와 직계된 일자리이다. 국내 산업시설 및 굵직한 인프라는 수도권에 분포되어 있다.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또한 그렇다. 왜 매년 10만여 명의 청년들이 지방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유입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회는 어느 한 분야만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개체든, 집단이든,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서 움직이는 곳이다. 청년 예술인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그 시스템 속에 헛돌면 안 되는 톱니로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지역의 일자리 인프라가 좋지 않고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일자리는 단순한 일자리가 아닌, 그 지역의 원초적인 생명력으로 지역 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제 인프라가 잘 갖춰지지 않고서는 문화 예술계 또한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그 지역사회 전체의 협업과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국가 차원의 원론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청년예술인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배려하는 정책을 펼친다면, 얼마든지 지역 사회에서도 청년예술인들이 활동하기 좋은 터전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는 다른 분야의 청년들에 비해 청년예술인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 또한 사실이다. 직접적인 일자리를 구하러 가지 않더라도, 창작의 영역은 어떤 지역 사회에서든 터전만 조성해 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바로 그 터전이라는 것이다. 청년예술인들의 가장 큰 영감은 도전과 모험이다. 그 길을 선택한 이상, 그들은 배골이의 고통쯤은 얼마든지 분담해낼 각오가 되어 있다. 다만 그 도전과 모험의 결실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넉넉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청년예술인들이다. 외지고 후미진 곳이 아닌, 이미 많은 사람들로 활성화된 공간에 접근성이 좋은 곳이 필요한 그들이다. 이름도 모르는 청년예술인들의 작품을 선뜻 보러 가는 이들은 많지 않다. 후미지고 외진 곳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그런 곳에 그들을 가둬 놓고 득도를 구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입장에서, 이제는 지역 사회가 그들을 되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본적인 공적 인프라만 조성이 된다면 어느 정도 떠나는 청년 예술가들을 잡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지금 국적을 떠나, 자국의 명운을 위해 청년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청년은 한 분야를 넘어 그 나라의 미래이며, 재산인 것이다. 청년예술가들이 활동하기 좋은 인프라는 이미지용, 행사용이 아닌 진정성 있는 방향으로 이뤄졌을 때, 어둠 속 한줄기 빛으로 세상을 어루만지는 예술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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