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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여름 여행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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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8.21 12:4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희진 음성예총 회장
창가로 스치는 여행사 홍보문구 ‘여름 여행’ 이라는 단어를 보니 가슴이 뛴다. 이번 여행이 좋은 일만 있지 않았음에도 속없이 또 반응한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쉬고 싶을 때, 기념할 일이 있을 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우리는 여행을 떠난다. 나는 해외여행 그 중 패키지여행은 무념무상이 되니 좋다. 먹을 것, 숙소, 여행지에서 길 찾기, 이런 것 때문에 긴장하지 않으니 멍때리며 이방인이 되어 볼 수 있다. 또 다른 매력이다.

이번 여름 친구들과 두 번의 여행을 떠났다. 첫 번째는 서울로 가서 호캉스를 즐겼고, 다음은 베트남을 다녀왔다. 서울에서는 4명의 친구와 와인을 마시고 밤새 이야기하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다. 다음날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 화전을 관람했다. 천재적 화가인 마네, 반고흐, 카라바조, 렘브란트 등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귀도 레니의 그림 앞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그의 작품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일명 터번을 쓴 여인이라는 그림을 좋아하기에 그의 또 다른 작품이 반가웠다. 친구는 모네를 좋아해서 ‘붓꽃’ 앞에서 떠나지 않았고, 또 다른 친구는 기독교인이라 라파엘로의 성화 앞에 오래 머물렀다. 지독하게 더웠지만, 연극을 기다리면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두 번째는 청주 공항에서 출발한 베트남 여행이었다. 정읍에 사는 친구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고 공항 근처 호텔에 묵었다. 새벽 5시 30분까지 공항에 가야 했기에 4시부터 부산을 떨며 방을 나가려는데 여행사 대표가 전화했다. 우리가 타기로 한 전세기가 베트남에서 비행기 결함으로 출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출발하면 다시 연락한단다. 베트남에서 언제 출발할지도 모르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답답했다. 청주가 처음인 친구를 위해 근처 관광지를 갈까 생각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호텔을 하루 연장했다.

여행사에서 저녁 7시까지 공항으로 나오라는 전갈이 왔고, 공항에서 오지 않는 비행기를 또 하염없이 기다렸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 안에서 출발은 또 지연되었다. 국토부에서 비행 허가가 나오지 않았단다. 여기저기서 술렁이기 시작했고 모두 한계가 올 때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비행기가 이륙했다. 베트남에 도착하니 다음 날 아침, 하루를 고스란히 날려버리고 호텔 조식을 시작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다행히 우기였음에도 날씨가 좋았다.

귀국 비행기도 연착되어 공항에서 예정 시간보다 3시간을 넘긴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각자의 여행사에 항의하자는 이야기들을 했지만, 우리 일행은 누구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다음 날 오후가 되었는데도 여행사 직원에게서 연락이 없어 전화했더니 기다려달라고 한다. 자기도 전세기 업자와 여행보험 쪽에 알아보고 있다는데 다시 2주가 지났다.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 팀은 그 팀끼리 보상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유명여행사로 계약한 사람들은 보상받았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여행사를 믿고 갔는데 이런 경우 안부를 먼저 묻거나 진행된 이야기를 해 줄 법도 한데 소식이 없다.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얼마나 되겠는가. ‘돈이 다가 아니다’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겠다.

그랬는데도 또 다른 모임에서 겨울방학 때 여행을 가자며 단톡방에서 논의하고 있다. 도대체 왜 나는, 왜 우리는 일상탈출을 이리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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