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한술 더 떠 정치권은 아전인수격 첨예한 대립과 정쟁만 몰두해 절절하게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나의 주장이나 나의 편만 옳고, 상대편을 적대시하는 풍조가 국민들의 상식과 판단마저 파괴하고 있다. 그러한 집단적 갈등이 사회공동체 붕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찍이 통합과 상생, 공동번영은 꿈에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찌 보면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편법과 탈법. 그리고 반칙이 횡행하는 무분별한 경쟁사회가 되었다. 지극히 비인간적인 심리가 우리 사회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한다는 옛말처럼, 그러한 병리 현상은 가족 간 불행의 씨앗이 되어 차마 믿기지 않아 혀를 차게 하는 작금의 현실이다.
누구나 한번 왔다가 한번 가는 인생이고, 그 길이를 가늠하거나 언제 떠날지 그 순서를 알 수 없다. 좀 밑지듯 내가 먼저 한발 양보하고 이해하고 포용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건지 세상을 향해 묻고 싶다. 비판이나 비난도 좋지만, 목소리 높여 사생결단식으로 막다른 골목까지 끝까지 밀어 버려야만 되는 건지 참으로 안타깝다.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했던 오랜 시기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낳은 6‧25 전쟁의 폐허를 딛고, 지난 70여 년간 근면과 협동으로 빛나는 근대화를 이루었으며,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 결과는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우월한 민족성을 바탕으로 국민이 이루어낸 기적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제 살만해져서 등이 따듯하고 배가 부르니 화려한 조명으로 빛났던 무대 뒤에 엄습한 어둠처럼 도사리고 있다. 희망찬 미래를 향해 협동협력으로 쉼 없이 달리던 동력의 바퀴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무겁고 불길하게 들려온다.
비록 지각은 하였으나 제 자리 찾아 피어난 한 뼘 크기의 샛노란 꽃이 온 푸른 숲을 더 밝게 한다. 그처럼 비록 오늘의 삶이 힘들고 고달프더라도 머지않은 날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약속할 수 있어야 한다. 정직한 사람,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며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공동체로 회복되어야 한다. 이제 서로 물고 뜯는 식의 살벌한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정치도 바로 서고, 국민도 한마음 한뜻을 모아 백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라는 믿음의 넓은 가슴으로 서로 의지하고 나눌 수 있는 가을을 마중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