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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통영을 담아 오다

임성일 대전온누리신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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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8.29 12: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성일 대전온누리신협 이사장
‘처서(處暑)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시들해지고 있다. 14번째 절기인 8월 23일 처서를 맞이한 날에 신협 조합원들을 모시고 통영으로 문화탐방을 다녀왔다. 이른 아침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일기예보로 비소식이 있어 작은 우산을 챙겨 왔지만 전혀 비 올 것 같지 않은 날씨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산을 챙겨 오셨냐고 물어 보았더니 거의 대다수가 챙겨오셨단다. 한 달에 1회씩 조합원 복지차원에서 소정의 참가비를 받고 신청을 받아 다녀오는 문화탐방 행사지만 한 여름 혹서기 7월을 건너뛰고 8월에 선택한 통영은 많은 참가자가 신청하여 선착순으로 85명을 모집하여 다녀왔다. .

아침 8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를 달려 통영에 3시간 반 만에 도착하는 내내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모처럼 뵙는 조합원님들의 모습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해 보였다. 들녘의 알곡이 여물어 가는 들판은 평온했다. 삼삼오오 가까운 지인 분들이나 내외분이 같이 오신 분도 있지만, 이번 탐방은 여느 때와 다르게 혼자 오신 분들이 제법 계셨다. 아마 호젓하게 색다른 여행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넋을 잃어 갈 즈음 산청휴게소에 들렸다. 커피 한 잔을 건네주시는 조합원 때문에 또 다른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통영에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찾아가 굴 요리코스에 멍게 비빔밥으로 식사를 했다. 제법 바다의 향기를 느끼고 감칠 맛 나는 특유의 코스요리였다. 다만, 뜨거운 여름의 날씨 탓에 실내의 냉방이 약해서 땀을 연신 흘렸다.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행선지를 찾아 나섰다. 많은 분을 모시고 왔기에 또한 인솔하는 직원들의 안내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첫 번째 행선지는 동피랑 벽화마을이었다. 동피랑은‘동쪽’과‘비랑’이라는 말이 합쳐져서 생긴 이름이란다. 비랑은 비탈의 통영 사투리라고 한다. 동쪽 벼랑이라는 뜻을 지녔다는데 사실 통영은 몇 번 와 보았지만 동피랑은 첫 방문이다. 철거 위기였던 동네에 지역 예술가들이 숨을 불어 넣어 예쁜 벽화가 가득한 명소가 되었단다. 서민들이 주로 살았던 동피랑이 2007년에 재개발 계획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들의 삶이 녹아 있는 독특한 골목문화를 되살려 보자는 노력으로 동피랑 벽화마을로 재탄생하게 되었단다. 조형물들은 익살스럽고 앙증맞아 보이기까지 하였다. 동피랑 끝에서 통영전통시장까지 연결되어 있어 편리하게 시장구경까지 할 수 있다. 건어물가게에서 멸치를 샀어야 했는데 구입하지 못해 아쉬웠다. 통영의 명물 꿀빵도 먹고 싶었는데 충동을 억제하고 다음 행선지 통영케이블카로 향했다.

미륵산 능선에 위치하고 있어 국내 최장 길이라고 자랑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보석 같은 섬들은 말로 다 형언 할 수 없는 쪽빛보다 더 푸른 장관을 연출했다.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처럼 아름다운 서정의 도시에서 내가 태어날 즈음에 박경리 작가는 ‘김약국의 딸들’을 발표했을 것이다. 나폴리보다 더 아름다운 통영, 문득 또 다시 방문하면 최소 1박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대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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