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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내 인생의 보릿고개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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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03 10: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오늘은 내 인생의 봄날을 그리워해 봐야겠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똑같이 주어진 각자의 삶의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나면 누군가의 삶은 만족한 웃음으로 마무리할 것이고, 누군가의 삶은 아쉬움과 후회로 마무리할 것이다.

인생 중반, 인생 최고의 봄날은 지금인데 놀 시간이 많지 않은 보릿고개가 또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그동안 보잘것없고, 미미하다고 생각했던 내 삶에 대하여 눈길을 주며 살아가는 시간으로 나를 위로하며 더러는 채워 가며 살아가고 싶다.

내 삶에도 따스한 햇살과 바람, 천지를 푸르게 뒤덮은 초록의 향연들로 존재하였던 시간이 있었고 그러다 어느 날, 초록이 진 그 자리에서 튼실한 열매가 맺는 기쁨의 시간도 있었다.

우리네 인생은 모두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봄날과 보릿고개가 서로 경쟁하듯 숨 가쁘게 공존하였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한 번뿐인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자 나 자신을 망각한 삶으로 스스로 만들며 버티어 왔다.

언어의 양적 증가가 끝에 닿았을 때는 책이 되고, 양적 감소가 끝에 닿았을 때는 시가 된다고 하였다. 내 인생의 보릿고개는 스스로 창작물이다. 마음의 무거움을 내려놓으며 마음의 빈 곳이 생겨나고 그다음에는 비워진 공간만큼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공간을 채워 가다 보면 내 삶의 여유도 챙겨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생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혹은 그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며 모진 세월의 추억으로 승화시켜 의탁하며 내려놓지 못하고 부여잡고 살아간다. 두꺼운 돋보기 뿔테 안경 속에 담기는 세상만사는 각각의 우여곡절과 희로애락으로 속절없는 시간으로 존재한다.

우리에게 ‘60’이라는 숫자는 어떤 의미일까, 이 숫자는 평생에 단 한 번,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내 자신으로부터 축하받으며 ‘주인공이 되는 하루’이다. 하지만 오늘 주인공이 느끼는 이날은 ‘스스로가 짐처럼 느껴지는 인생 중의 하루’가 될 수도 있다. 행복과 불행은 다른 사람과 비교로 인해 상대적으로 발생한다고도 한다. 행복과 불행은 견해차일 뿐이다. 가진 게 없어도 배우지 못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한 것이다. 내 인생의 보릿고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생의 봄날도 보릿고개도 생각해보면 그 출발점은 마음을 비우고 다스리는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사흘 동안 세상을 볼 수만 있으면 행복하겠다고 한 헬렌 켈러의 글은 진실로 감동적이다. 사실 보릿고개는 가난했던 시절을 대신하는 에피소드로서 보릿고개를 직접 체험한 50대 이상에서는 그 의미를 알고 있으나 현재 30대 정도의 젊은 층에서는 알지 못할 것 같다. 옛날 어르신들은 춘궁기(春窮期)에 보리를 수확하기 전 먹을 것이 없어, 보리가 여물 때까지 참지 못하고 익지도 않은 풋보리를 배고픔으로 달래고자 베어 먹었다고 한다. 해서 보릿고개는 가난했던 시절을 얘기하는 대명사가 되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넘기 힘든 고개는 ‘캐라코람’이고 우리나라에서는 ‘금패령’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그 어떤 고개보다 넘기 힘든 고개는 ‘인생의 보릿고개’일 것이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했으며,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코미디’라고 하였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행동을 다스릴 수 있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다스릴 수 있다고 하였다.

사실 우리네 인생은 웃음과 눈물의 코바늘로 행복의 씨실과 불행의 날실을 꿰는 것과 같았었고 매 순간 오늘 하늘은 맑지만, 내일은 구름이 보일지도 모르는 삶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신의 한 수 같은 인생을 함께 꿈꾸며 살아보는 것도 우리들의 행복한 인생이 될 것이라 여기며 인생의 보릿고개 60에서 또 한 모금의 진한 커피를 삼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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