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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 물거품되나

환경부, 사실상 철회…지자체 자율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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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14 17:50
  • 기자명 By. 고지은 기자
▲ 재황용 용기 (Pixabay이미지)

[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환경부가 오는 2025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던 일회용품 보증금제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두 차례 연기했던 제도 의무화를 사실상 철회하는 것인데, 이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0일 "전국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의무화하기에는 사회적 비용 증가 등 무리가 따른다"며 "제도를 백지에서 검토하고 제주 등 지자체 특성에 따라 자율에 맡기는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가맹점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음료를 종이·플라스틱컵으로 구매할 때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하면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지난해 12월부터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현행법에 따라 3년 이내 전국에서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전국 확대 시행 시기를 '3년 이내'로 명시한 부분을 삭제하는 등 당초 규정한 고시를 개정키로 했다. 지난 2021년부터 제도에 약 240억원을 투입했지만,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하는 비용에 비해 일회용컵이 실제 재활용되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세종과 제주의 일회용컵 반환율은 시행 첫 달 각각 10%, 18%에 불과했다. 이후 제주는 지난 6월까지 30%대에 머물렀으나 7월 50%대로 올라섰고 8월엔 63%에 이르렀다. 반면, 세종은 지난달까지 45%에 그치는 등 6개월째 정체 상태다.

14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된 일회용컵(종이·플라스틱)은 2019년 기준 294억개에 달한다. 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에서 사용된 일회용 컵은 84억개(종이컵 37억개·합성수지컵 47억개)로 추정됐는데, 코로나19를 거치며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벨 등이 부착되지 않은 투명한 플라스틱 컵이 분리배출될 경우 고품질 재생 원료로 사용되는데, 녹색연합이 지난달 3일부터 한달간 거리에서 수거한 일회용컵 2385개 중 40%(958개)가 이에 해당됐다.

대전도 지난 2021년 1인당 68.6㎏의 플라스틱류 폐기물이 발생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6위, 6개 특·광역시 중에서는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배출되고 있다.

이처럼 환경오염 유발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보증금제 시행을 사실상 포기하고 지자체와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특히 소상공인 반발 등으로 두 차례 연기되는 동안에도 법안을 보완하지 않는 등 '보여주기식 행정'의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정부에서 진행하지 못했던 제도를 지자체 자율로 맡긴다는 것은 사실상 해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며 "환경부가 나서 시행을 원하는 지자체를 지원하는 방향이 논의돼야지 그냥 지자체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 업무혁신 TF 레드팀 회의에서 일회용품 소비를 제한하기보다 유럽처럼 생산 단계에서 규제를 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효과적인 일회용품 감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회전을 거듭하는 제도에 전국 지자체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아직 보증금제가 법제화되지 않아서 정확한 계획은 모르겠으나 확정된다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세종 등 시범 지역에 대한 추진 성과나 대전지역 여건, 타 시도 추진 여부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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