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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화문이 열려 있다면 방화문이 없는 것과 같다”

류일희 공주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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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1.12 08: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류일희 공주소방서장
한 해가 저물어 가며 연말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마음이지만, 소방서는 긴장감이 고조된다.

겨울철은 계절 특성상 난방용품과 온열기 등의 화기 사용량이 급증하고 실내 활동 시간이 늘어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축제와 모임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높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이 내놓은 공주시의 화재 발생 5년(`18~`22년) 통계를 보면, 매년 평균 47건(28.6%)의 화재가 겨울철에 발생해 그로 인한 사상자 수는 여름과 비교했을 때 무려 4배에 달했다.

화재 건수는 주택화재에서 가장 높았으며(29%), 화재의 절반가량이 부주의(45.5%)로 발생하는 점으로 보아 화재피해 저감을 위해서는 평소 안전의식 향상이 절실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화재 시 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로 화재사의 원인이 소사(燒死, 몸이 불에 타 죽는 것)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유독가스와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바로 화재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화재 연기’인 것이다.

화재 연기는 빠르고 유독(有毒)하다. 사람의 평균 보행속도는 1.3m/s이다. 건물 내 연기의 이동속도는 계단실 등의 수직 방향으론 최대 5m/s로 화재현장에서 시야가 제한된 사람이 이동하는 속도보다 월등히 빠르다.

또한, 화재로 발생한 연기는 일산화탄소(CO) 등의 유독가스가 생성되는데, 건강한 사람도 자칫 단 한 번의 호흡으로 패닉(Panic) 상태에 빠지거나 실신,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1층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오토바이에서 발생한 불이 닫히지 않았던 방화문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계단을 타고 급속히 확산하면서 아파트 주민 등 5명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방화문은 그 단어 자체로 방화(防火, 화재를 막다)의 역할도 하지만, 또 생명에 치명적인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상시 닫혀 있도록 관리돼야 한다.

방화문이 닫혀 있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로는 2023년 9월 전라북도 정읍시 한 요양병원에서의 1층 식당 화재 발생이다. 식당 위층으로 340여명의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와상환자가 상주해 인명사고 우려가 컸으나, 제대로 관리된 방화문 덕분에 입원실까지의 연기 유입이 차단돼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평소에 편하다는 이유로 열어 놓은 방화문, 위의 두 사례를 통해 평소 방화문을 잘 닫아두는 것, 그 단순한 차이가 가족과 이웃을 화마(火魔)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가장 쉽고 중요한 습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화재는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상 대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 시작은 거창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다. 바로 사소한 나와의 약속이 가장 중요한 열쇠일 것이다. 방화문이 열려 있다면 방화문이 없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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