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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 ‘김장’

이윤아 국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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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1.27 08: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추운 겨울이 우리를 찾아왔다.

여러분들은 겨울이 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수능, 붕어빵, 크리스마스, 함박눈?

필자와 같이 김장이 떠오르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빨간색 김장 고무 통에 여러 속 재료들과 절여놓은 배추를 버무리는 그 모습을!

어릴 적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할머니 댁에서는 김장 준비로 부쩍 분주해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배추를 미리 절여 놓고 가족들과 동네의 이웃 주민분들이 모여 앉아 하루 온종일 김장을 하기 바빴다.

필자는 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양념이 배지 않은 절인 배추를 몰래 먹다 너무 짜다며 호들갑을 떨다가

그 모습을 본 할머니가 김치 속 한 움큼을 배추 속에 돌돌 말아 입안에 넣어주시곤 하셨다.

입 주변에 양념을 묻히고 매워서 헥헥 거리면서도 맛있다며 더 주세요를 얼마나 외쳤는지 김치가 남아나지 않겠다며 농담을 하실 정도였다.

많은 양의 김장을 하면서도 가족들과 주민분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김장이 끝나고 서로 김치를 나누며 김장에 함께 하지 못한 이웃에게도 나누어 주고는 하였다.

그날 저녁 식사는 품앗이를 하였던 모든 분들의 집에 어김없이 수육과 갓 담은 김치가 상에 올라와 있었을 것이다.

연례행사였던 김장, 장독대에 김치를 묻고 맛있게 익기를 기다리던 그때의 추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김장이 추억이 돼가고 있다. 요즘은 김장을 하는 집을 많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과 같이 가족 또는 동네 주민분들이 함께 모여 김장을 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며 김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김치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들 또한 많아졌기 때문도 있다.

완성된 김치를 편리함이나 가성비를 생각하여 더욱 선호하게 되며 각자의 바쁜 일상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김장을 하는 모습은 많이 줄었고 더더욱 주민들이 품앗이를 하며 김장을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지난 2013년 유네스코로부터 우리의 김장문화를 인정 받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와 나눔의 정, 자연의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 민족의 정신, 한국인의 공동체의식 품앗이, 한국인의 연대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고 한다.

또한 2017년에는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함으로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김치와 지역 문화의 김치 담그는 행위 자체를 문화재로 인정하였다.

이처럼 김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사라져가는 김장 문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 음식 업체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어린이들에게 김치 문화를 알리고 계승하기 바란다”라며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서 김장철이 되면 김장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김장 키트를 출시했다.

김장을 주제로 한 노래를 통해 사라져가는 김장에 대한 아쉬움 또는 김치를 만드는 과정과 공동체의식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재밌게 표현하기도 하고, 김장을 주제로 한 글을 통해 중요성을 알리기도 하며, 평창, 괴산, 양평, 임실, 광주, 진안 등 각 지역에서 소중한 우리 김장문화를 지키기 위한 축제를 개최하여 김장 담그기 체험을 통해 이웃 간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또한 기관 혹은 기업에서 김장 나눔 행사를 통하여 소외된 이웃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하며 나눔의 문화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이처럼 김장철이 되면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의 김장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을 볼 수 있다.

‘나의나라’가 아닌 ‘우리나라’라고 부르는 우리 민족 고유의 공동체의식, 나눔의 생활문화의 정점인 ‘김장’이라는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담그는 날이 아닌 한국의 ‘정’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 김장 대신 그 무엇이라도 따뜻한 정을 나눠보는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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