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유수정 기자 = 대전 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31)씨는 최근 카드 할부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물가가 올라 장보기 한 번에도 생활비가 크게 깎이는 탓에 할부로 지출하는 습관이 들면서다. 이씨는 “처음에는 지출 부담을 3개월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달에도 할부를 이용할 일이 생겨 금방 금액이 커졌다”고 말했다.
고물가에 가계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 할부 금액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8개 전업 카드사 기준 개인 국내외 할부 이용금액은 12조 6543억원이었다.
앞서 지난 7월 12조 3227억원을 제외하고 연내 11조원대를 유지한 개인 할부금액이 지난달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주요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기간을 최대 12개월에서 3개월로 조정하고 카드 혜택을 축소했음에도 할부 이용이 커진 데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지출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등락률은 1월 대비 3%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3.8%까지 상승하며 4%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카드 할부 이용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서민 경제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할부 이용금액이 늘면 리볼빙, 현금서비스, 카드론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용 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