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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아부(阿附)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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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2.20 09:1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종구 수필가

TV 드라마의 사극을 보면 전형적인 인물이 나온다. 수염은 적고, 눈도 작고 목소리도 가늘고 허리를 굽신거리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아부(阿附)하는 인물들이다. 阿는 언덕이란 뜻이 있고, 附는 기대다, 붙다라는 뜻이 있다. 언덕(큰, 의지의 대상 등)에 붙는 인물이니 알랑거리는 사람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부(阿附)를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알랑거림은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환심을 사려고 비굴하게 자꾸 아첨을 떠는 모습’을 말한다.

필자가 젊었을 때는 “두 가지 ‘부’를 잘해야 출세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공부(工夫)와 아부(阿附)이다. 사회가 타락하고, 부패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말이였다. 이런 아부는 곧 빽(뒤에서 받쳐 주는 세력이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말과 어울려 실력 없는 사람이 부정한 방법으로 출세할 때 함께 쓰이곤 했다. 그러면서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도 나왔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부조리 척결‘, ’부정 부패‘를 막는다고 해왔지만 늘 구호에만 그쳤다는 평가를 받곤했다. 그러면서 사정기관이 늘고, 오죽 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부르기도 아리송한 기관이 생기기도 했다. 장관급의 고위공직자로 임명되려면 청문회라는 통과의례를 거치는데 대다수 공직 후보자들이 부정한 재산 형성을 했다는 게 밝혀지고, 일부는 그로 인해 임명도 받지 못하는 광경을 가끔 보게 된다. 그러니 아무리 청렴과 정당함을 앞세워도 일반 서민들의 뇌리에는 그저 텔레비전 뉴스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청렴한 나라를 만든다고 온갖 구실을 붙여 공무원과 관변 단체 직원들에게 청렴교육을 시키고, 아무 죄 없는 초등학생들에게 까지 청렴교육을 시키고 있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부끄럽기까지 하다.

잠시 옛일로 돌아가 보면, 우리 조상들은 청렴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았다. 특히 관리(공직자)들에게는 의무였다. 그래서 청백리(淸白吏 : 맑고 흰 – 깨끗한 관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역사 속에 이름이 두드러지는 인물들은 모두가 청렴했었다. 삼국시대 백제의 성충과 흥수, 신라의 박제상, 고구려의 을파소, 고려의 강감찬, 정몽주 등은 충신으로 일컬어 지지만 알고 보면 깨끗한 관리들이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청백리 제도가 생겼다, 황희, 맹사성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지금은 어떤가? 모범 공무원으로 선정되어 표창도 주지만, 고위직보다 하위직이 더 청렴한 것은 아닌지…

아부를 하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아부를 듣고 그에 넘어가는 사람이 더 문제이다. 공자(孔子)는 그 가어(家語)에서 “良藥苦口 利於病 忠言逆耳 利於行 :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진실한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는 이롭다”라고 하여 달콤한 말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귀에 듣는 말을 바르게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고위직이 청렴하면 하위직은 당연히 따라간다. 아부가 효과를 보게 되니 당연히 부정과 비리기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법을 집행하고 구체화하는 행정부가 집행을 잘못한다면, 법을 감시하고 심판하는 사법부가 잘못한다면 그 결과는 오로지 국민의 몫이 된다. 듣기에도 민망한 ’국정농단‘, ’사법농단‘, ’입법독재‘라는 말들이 올해로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국회의원들을 다시 선출하는 해이다. 각 정당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의 이득을 따지면서 오로지 다수당이 되고자 애를 쓰고 있다. 당리(黨利)도 좋지만 민리(民利)를 위한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다. 공천을 받기 위한 아부도 좋지만 국민의 공천을 받는 후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년은 갑진(甲辰)년 이다, 청룡의 해란다. 용(龍 )이 도(道)를 깨우치면 비늘이 푸르게 변해 청룡이 된다고 한다. 잘난체 하지 않고 도를 닦은 청룡(靑龍)의 모습처럼 겸허한 마음으로 아부없이 공부하여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청백의원 들이 많이 선출됐으면 좋겠다. 새해를 맞이하며 내년에는 웃음과 즐거움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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