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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추우니까 겨울이다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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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12.28 11: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올 12월초엔 겨울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영상 20도까지 육박했다. 때아닌 더위에 거리에선 반팔티에 반바지를 입고다니는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다. 이미 봄에 졌던 벚꽃과 개나리가 다시 개화했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렸다. 이후 중순을 지나면서 좀 쌀쌀해지더니 성탄절 며칠전엔 수은주가 영하 15도까지 내려가면서 겨울을 직감했다. 게다가 함박눈까지 펑펑 내려 온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오랜만에 설경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부산에선 19년만에 화이트크리스머스를 맞았다고 한다. 50여년전 어릴적엔 겨을이 춥고 길었다. 지금처럼 보온이 잘되는 패딩이나 아웃도어도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래도 손등이 터지라 눈싸움에 눈사람 만들고, 연도 날리며 매서운 추위를 즐겼다. 때론 토끼사냥도 겸했다. 추운 겨울이 가져다 준 자연의 선물였다.

2023년 세모의 길모퉁이에서 유한양행 창업주 유한열 박사가 떠올랐다. 그에 대해 아는 건 많지 않지만 그가 살았던 삶을 평소 존경했다. 그는 ‘정직만이 유한의 전통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과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며 사원의 것’이라며 최초로 사원지주제를 시행했다. 그가 타계한 후에 주목을 받은 건 그의 유언장이었다. 그는 당시 (1971년)전재산 1100억을 공익재단에 기부했다. 아들에겐 대학까지 가르쳐주었다며 상속을 하지않았으며, 손녀에게만 유일하게 대학 갈 학비 1만달러를 주었다고 한다. 또한 경영승계도 아들이 아닌 경영전문가에게 물려주어 경영권과 소유권을 분리시켰다. 이외에도 두뇌는 명석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유한공고를 설립해 입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졸업할 때까지 전액무상으로 교육을 시켜 인재를 키웠다.

그의 삶속에서 내가 더 주목한 건 기업인임에도 정권에 굴하지않고 소신을 지켜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독재정권시절 3.15부정선거에 정치자금을 요구 받았으나 이를 거절해 승승장구하던 그의 자동차 사업은 폐업을 하게됐다.
이후 박정희 정권시절에도 정치자금을 요구 받았지만 역시 제안을 거절하자 전방위적 세무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먼지털 하나 꼬투리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세무조사를 통해 성실납부자로 선정되고 심지어 업계 최초로 최고의 훈장인 동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최근 부산시장에서 대통령과 함께 떡볶이를 먹던 국내 유수의 재벌 총수들과 오버랩됐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선 목전에서 여, 야가 시끄럽게 들끓고 있다. 수시로 보내오는 출판기념회 문자는 내년 4월 10일이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임을 알려준다.

고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5년에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라고 정치를 절하평가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는 4류를 벗어나지 못해 보인다. 이런 4류의 정치를 바꾸려면 우리 주권자들이 최소 2류는 돼야 한다. 누가 더 국민만을 바라보고 가는지, 어떤 불의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입법활동을 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정치가 올곧아야 경제도 더불어 산다. 경제가 정치와 결탁하면 그 손해는 우리 국민들의 몫이된다.

새해에는 경제전망이 어둡다고들 한다.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경제주체인 참기업인들은 유일한 박사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봤으면 한다. 그리고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듯 새해엔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 받는 확실한 정치인들이 뽑혔으면 한다. 2024년 갑진년에는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듯이 우리 대한민국이 한층 더 밝은 세상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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