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중위 소득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4.01.11 17: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중위 소득은 국민의 가구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 중간에 있는 소득을 말한다. 매년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정부의 복지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선정 기준 등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고 발표한다. 기준 중위소득은 소득 증가율을 반영한 결과이고, 중위 소득을 중심으로 내가 저소득인지, 고소득인지 상대적인 소득분포를 알 수 있다.

2024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인상되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2023년 대비 540만 964원에서 6.09% 인상된 572만 9,913원, 수급 가구 중 약 73%를 차지하는 1인 가구 기준은 2023년 대비 207만 7,892원에서 7.25% 인상된 222만 8,445원으로 결정되었다. 필자는 아이가 3명인 5인 가구라 2024년 5인 가구 기준의 중위 소득은 669만 5,735원이다. 필자의 월 소득은 5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백만 원대 초반이다.
따라서 필자는 2024년 기준 중위소득의 수치만으로 본다면, 올해 주거급여와 교육급여의 대상에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대학에서 소프트웨어디자인과 디지털 기술과 미래 사회라는 교양 필수 교과목을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소프트웨어디자인 교과목은 스크래치라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발견하여 이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방법과 팀 프로젝트 방식의 강의를 한다. 중간고사 전까지는 스크래치 프로그램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을 강의하지만, 중간고사 이후는 3~4명 정도 팀을 만들어 팀 프로젝트를 한다. 팀 프로젝트는 지필고사 형태의 기말고사를 대신하는 형태로 학생들에게 7주 정도의 기간을 준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팀별로 팀 프로젝트 계획서, 팀 프로젝트 개인 보고서(1차, 2차, 3차)와 팀 보고서(1차, 2차, 3차)를 제출해야 하므로 학생들과 소통(피드백)이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과 미래 사회, 역시 교양 필수 교과목으로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미디어, 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강의한다. 이 교과목은 2022년 교육부가 대학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교과를 강의하라는 요구에 따라 필자의 대학은 2023학년도 1학기부터 강의가 시작되었다. 디지털 기술과 미래 사회의 교육과정 개발에 필자는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주차 별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극히 이론적인 부분이 많아 학생들이 흥미를 쉽게 잃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 강의 시간에 이를 보완할 실습 강의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런데 문제는 2023학년도 1학기에 발생하였다. 필자의 책임시수는 주당 12시간이지만, 그래도 학교의 사정에 따라 2022학년도 2학기까지는 책임시수를 초과한 소프트웨어디자인 교과목의 약 30개 분반 중 주 당 6~8개의 분반(12~18시간)을 배정받아 강의하였다. 그당시 소프트웨어디자인 교과목의 강의는 필자를 포함한 전임교수 2명(전체 분반의 약 40~50% 정도 강의)과 강의전담교수, 외래강사 등이 맡아 강의하였다.

학교는 2023학년도 1학기부터 디지털 기술과 미래 사회를 강의할 전임교원을 2022년 12월과 2023년 3월에 대학교원 채용을 위한 전문 홈페이지에 공채 공고를 냈다. 채용 분야는 ‘IT 및 컴퓨터공학 분야’로 하였고, 박사 학위자를 채용한다고 채용공고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2번 모두 실패였다. 2번의 공채 과정에서 학교가 원하는 수준의 교수가 오지 않았고, 그 결과 서류전형에서 모두 탈락했다는 말을 들었다.

필자의 2023학년도 1학기 시간표는 신임 교수의 공채가 이루어지지 않아 12개 분반(24시간)이 배당되었고, 목요일은 1교시에서 6교시까지, 금요일은 1교시에서 8교시까지 점심시간 없이 연속 강의를 해야만 했다. 강의실 배정도 12교시와 34교시는 같은 건물(1호관)에서 강의실을 옮겨 다녀야 했지만, 56교시는 6호관, 78교시는 다시 1호관으로 옮겨와야만 했다. 필자는 12시간의 초과 강의를 했지만, 초과 강의료는 필자 대학 시간 강사의 1시간당 강사료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를 국립대학 수준으로 비교하면 약 1/4 정도 수준이다. 작년 1학기의 금요일 강의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강의 경험이었다. 2번의 전임교원 공채에 실패한 학교는 4월 초에 학과추천으로 박사 수료를 한 교수를 채용하였고, 그 결과 필자는 3개 분반의 강의를 신임 교수에게 주어 9개 분반의 강의를 하였다.

올해 2024학년도 1학기는 9개 분반(18시간)이 배당되었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역시나 점심시간 없이 1교시에서 6교시까지 연속 강의를 해야 한다. 이번 학기의 강의실 시간표를 보니 같은 건물(6호관)에서 강의실만 이동할 수 있도록 커다란 배려를 받았다.

그러면 왜 필자는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있을까? 필자가 2023년 단체협상과 임금협상에 임할 때, 학교는 학령인구가 줄어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 대학 재정이 어렵다는 말을 줄곧 한다. 그래서 월급을 올려주기 어렵다고 한다. 학교의 이런 주장은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지만, 필자는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이유로 대학정보알리미에서 제공하는 주요 지표가 학교의 재정이 어렵다고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2번의 교수 공채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필자 대학의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교수가 잘 오지 않는 대학, 왔더라도 잠시 경력을 쌓고 다른 대학으로 이직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대학이 되는 듯하다. 필자의 대학에서 필자와 같이 교양 교과목 중 IT분야의 교수 연봉은 현재 대기업 기준의 대졸 초봉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심지어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 졸업생 수준이거나, 졸업 후 2년 정도 경력자의 연봉보다 낮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어떤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자 혹은 교수자가 공채에 참여할 것인가? 학교는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학교 재정이 어렵다고 줄곧 말하지만, 연봉이 낮아 교수가 공채로 오지 않는 대학은 양질의, 고품질의 교육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교육의 질이 낮아 신입생이 외면하는 대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소한 4인 가구 기준 중위수 수준의 임금 회복이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2009년 이후 14년간 교수 연봉을 딱 한 차례 약 1% 올렸다. 같이 교양 교과목을 강의하시는 한 교수님께서는 친구들 연봉은 계속 오르는데 내 박사 학위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기분이고, 상대적 박탈감과 회의감이 자주 든다고 말씀하신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