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놓고 현행 준연동형제 유지와 병립형 회귀 가운데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가 고민의 핵심이다.
준연동형 유지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 준수 및 야권 연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명분론과 준연동형 유지 시 여권이 위성정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실리론이 팽팽하다.
민주당은 선거제 논의를 마냥 더 미룰 순 없는 만큼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병립형 회귀로 기운 분위기였다.
이 대표는 작년 11월 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하며 실리론에 무게를 싣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와 김두관·우원식 의원 등 일부 친명(친이재명)계까지 나서 이 대표가 대선 때 약속한 연동형·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사수해야 한다고 반발했고 이 이슈는 다시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당 차원에서의 선거제 논의도 지난달 14일 의원총회가 마지막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계 의원 3명이 탈당해 제3지대 깃발을 든 상황에서 병립형 회귀를 더 논하는 것은 자칫 당의 원심력만 키운다는 우려도 고려됐다.
하지만, 최근 이 대표의 메시지를 보면 무게의 추는 병립형 회귀에서 '영점'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지 않는데 가능한 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단 연동형의 경우 여당이 절대 수용불가를 내세우고 있어 선거제 협상 타결이 쉽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민주당이 가진 현실적 선택지는 두 가지다.
현행 제도(준연동형)를 유지하되 위성정당 창당을 하지 않으면서도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범야권 비례연합 정당을 추진하는 것과, 병립형 회귀를 하되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함께 도입해 명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다만 전자의 경우 결국 유사 위성정당 비판을 피할 수 없고, 후자도 대선 공약 파기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여론은 여전히 양분돼있다. 다만, 지도부 다수는 여전히 총선 패배를 막기 위해 병립형 회귀 쪽에 힘을 더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준연동형 유지 시 제3지대 세력이 탄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다.
당내 한 관계자는 "비례연합 정당은 수많은 세력 간에 갈등이 생길 수 있어 리스크가 크고 어차피 위장 위성정당 창당이란 비판을 받게 된다"며 "오히려 영남에도 진출이 가능한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해 지역주의 타파라는 오랜 정치적 숙제를 풀면서 병립형으로 정면 돌파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부겸 전 총리가 최근 병립형 회귀에 대해 "국민 배신"이라고 공개 비판하는 등 준연동형 유지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키'를 쥔 이 대표의 결단이 더욱 주목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이번 총선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면서도 당내 분열상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의중은 현재로선 '반반'인 것 같으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결정할 것"이라면서 "당내 분란을 촉발했던 인사들이 탈당한 상황인 만큼 지도부가 어떤 결정을 해도 큰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오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원내 지도부는 조만간 당론을 정리해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1일에는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내부 교통정리가 설 연휴 이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