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고지은 기자 =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할머니·할아버지가 손주를 대신 돌보는 이른바 '황혼 육아'가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급기야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보건복지부 산하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1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모 이외의 아이 양육 지원자 중 조부모 비중이 48.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영아의 경우 가정 내 돌봄 선호로 조부모의 양육 돌봄 비율이 53.9%에 달했다.
통상적인 육아휴직 기간은 1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맞벌이 부부가 마음 놓고 온전히 사용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아동 학대 문제 등으로 어린 자녀를 기관이나 타인에게 맡기는 것을 꺼리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조부모가 가장 믿음직스러운 육아 조력자가 되는 셈이다.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올해 0.68명, 내후년 0.59명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출산 당사자인 2030세대들의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들은 비출산의 주원인으로 '경제적 부담(남 31.2%·여 27.2%)를 꼽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 소멸 대비를 위해 돌봄수당 지원사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먼저 경남은 올해부터 만 2세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월 30만원을 제공한다. 서울도 조부모 등 친인척에게 아이 양육을 맡긴 부모에게 아이 1명당 월 30만원의 수당을 지원한다.
지난 2011년부터 관련 사업을 운영한 광주는 지난해 사업 예산과 지원 대상, 소득 기준을 대폭 확대했다.
황혼 육아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호주·영국 등 해외도 손주 돌봄수당에 더해 유급 육아휴직까지 제공하고 있다.
해당 방책은 조부모 손주 돌봄을 노동가치로 인정하고, 양육에 대한 책임을 가정과 개인에게만 전가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부모의 희생을 요구하고 부정·중복 수급될 수 있다는 점, 실제 돌봐주는지 여부와 돌봄 시간을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서울 등은 미리 작성한 돌봄 계획(시간·장소)이 지켜지는지 전화나 현장 방문으로 확인하고 월 3회 이상 전화나 현장 방문을 거부하면 돌봄비 지원을 중단하는 대안을 내놨다.
대전도 타·시도의 사례를 분석해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수당제도를 개발·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덕구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35)씨는 "일자리를 얻어 친정에 아이들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전에도 하루빨리 도입돼 부담이 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제도 도입 취지는 공감하나 사업 추진을 구체적으로 논하는 단계는 아니란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몇몇 시민들로부터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아직 도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