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은 대지에 꽃피고 새가 우는 봄의 제철이 오기까지는 아직 몇 번의 추위를 겪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고유명절인 설날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래저래 삶이 고달픈 사람들에게는 남은 추위와 다가오는 명절이 그다지 반가울 수만 없을 것이다. 마냥 봄을 기다리며 꿈을 펼치기에 버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두 달 남짓 남았다.
뉴스의 머리를 채우는 것은 온통 정치권 소식으로 넘쳐난다. 다시 시장판에서나 봄직한 호객행위나 다름없는 국민의 이름을 파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전부는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정치장사나 다름없는 적나라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영 간의 경쟁은 선의는 간데없고 오직 적대 적, 아니면 극대 극으로 끝을 모르게 치닫고 있는 듯하다. 그러한 모습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예선전에서도 저 모양인데 본선에 돌입하면 또 어떨지 오랫동안 지켜본 그대로라면 총성 없는 전쟁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매번 반복되는 정치권의 사나운 일들이 좀 잦아들었으면 좋겠다. 오늘 선량한 국민들이 아주 불쾌하게 우려하는 것이 그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희망을 듬뿍 안겨주고 밝은 미래의 길을 넓게 열어주는 정치의 본연으로 돌아가 주길 소망한다. 미움보다는 사랑을, 불신보다는 믿음을,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큰 틀의 상호 존중과 포용의 선진 정치문화를 열어주길 바란다.
이제 하루 이틀, 한 걸음 두 걸음 내일로 가는 길을 걷다 보면 만물이 기지개를 펴고 약동하는 춘삼월의 생명력, 그 위대함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을 역임한 장인순 박사는 저서 ‘여든의 서재’에서 “들꽃은 햇빛을 찾아 옮겨 다니지 않는다. 햇빛은 들꽃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모든 때가 지금이고 모든 것이 여기이다. 식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바로 인내심이다. 뜨겁고 추운 계절을 견디면서 얻은 모든 것을 자연에게, 혹은 다른 생명체에 돌려주고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식물은 땅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매사 순리에 따르지 않거나 과도한 욕심으로 조급해 하며 스스로 상처를 남기고 허덕이는 우리 스스로 깊이 새겨보아야 할 글이 아닌가 싶다.
해동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문밖의 세상에 나가게 될 것이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농부의 간절한 심정처럼 자신과 약속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일들에 노력과 정성을 쏟아야 할 때가 멀지 않다. 간절하게 바라던 대길(大吉)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소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 최선을 다하는 삶이면 어떤가, 이웃해 함께 살아가면서 고통을 나누면 가벼워지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 오늘이다.
하늘도 외면하지 않을 상생 번영의 기회가 되는 입춘지절에 대한민국의 길운과 국민 개개인의 행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