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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졸업, 종업식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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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2.15 15: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현용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지난 1월 말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와 셋째가 30여 일 안팎의 겨울방학이 끝났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첫째는 2월 14일과 15일, 이틀만 학교에 가면 종업식을 하고, 3월 4일까지 방학에 들어간다. 둘째와 셋째는 2월 7일 졸업식과 종업식을 같이 한다.

초·중·고 시절 필자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2월 초에 개학하고, 3주 정도 남은 기간에 교과 진도를 모두 끝낸 다음, 2월 넷째 주에 약 7일 정도, 짧은 봄방학에 들어갔다. 봄방학에 들어가는 날, 새 학년의 반 배정과 교과서를 받고 종업식을 하면 그 해의 모든 교육과정이 끝난다. 봄방학 기간에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거나 전근을 온다. 그리고 새로 배정된 학년의 학급에서 신학기 준비를 한다.

둘째는 2월 7일 졸업식이라 학교에서 졸업식 예행연습을 하고, 친구들과 며칠 남지 않은 초등학교의 추억을 남기기 위하여 매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셋째는 겨울방학 이전에 마치지 못한 교과의 진도를 모두 끝내고, 종업식날 전까지 교실에서 게임도 하고, 과자 파티도 하고, 만화 영화도 보면서 남은 4학년의 추억을 쌓았다.

둘째의 졸업식 당일, 온 가족이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 갔다. 졸업식 며칠 전에 할머니도 오실 수 있도록 미리 말씀드렸다. 그리고 교실에 있는 셋째도 전날 담임 선생님께 양해를 얻어 형의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올해 졸업식은 첫째가 4년 전,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그리고 작년 중학교를 졸업할 때와 비교하여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학교의 다목적 체육관을 졸업식장으로 꾸미고, 졸업생 전체가 모여 졸업식을 하였다. 물론 졸업생의 가족과 친척들도 모두 올 수 있도록 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졸업식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의 다목적 체육관이나 강당에서 졸업생과 가족들이 모두 모여 졸업식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교실의 대형 TV에서 나오는 방송을 보며 졸업식을 하였고, 교실에서 졸업식이 끝나면 학교에서 운동장에 마련해준 포토존에서 가족 혹은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집으로 가곤 했다.

둘째와 같이 졸업하는 학생 수는 177명이다. 그래서인지 졸업식 때 교장 선생님께서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주셨다. 이 시간이 약 30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이 장면을 코로나19의 대확산 이후 4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필자 때의 졸업식과 비교하여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첫째, 교육감상이나 국회의원상, 개근상, 정근상, 학업 우수상 등의 상장 수여가 없어졌다. 대신에 효도·경애상, 사랑·봉사상, 근면·성실상, 친절·우애상, 공로상, 인문·사회상, 수리·탐구상, 예능상, 체능상 등의 이름으로 졸업생 모두가 상을 받았다. 6년 동안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의미로 상을 받은 것이었다.

둘째, 졸업식 노래가 “빛나는 졸업장을 받으신~”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다른 졸업식 노래였다. 필자가 초·중·고를 졸업할 때 부른 이 졸업식 노래는 윤석중이 작사하고 정순철이 작곡한 것으로 1946년 교육 당국이 '졸업식 노래'로 공식 제정하였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7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1절은 재학생, 2절은 졸업생, 그리고 3절은 다 함께 부르게 되어 있다. 특히 이 노래는 4분의 4박자 다장조로 슬픈 가락과 가사로 되어 있어 졸업식 참석자들의 눈물을 가장 많이 흘리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노래가 졸업식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대에 맞지 않는 가사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물려받은 책"과 "아우들"이 있다. 요즘 학생들은 교과서를 물려받는 일은 거의 없어 '물려받은 책'이란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우'라는 말은 지금도 남아있긴 하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그 외에도 “물러갑니다.”,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언니를 따르렵니다.” 등은 요즘 아이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졸업식 노래' 대신 가요를 부르거나, 아예 노래 자체를 부르지 않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졸업식 노래로 많이 부르는 대표적인 노래는 015B가 부른 ‘이젠 안녕’, 인순이의 ‘거위의 꿈’,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 한글 개사곡, 안진현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등의 있고, 둘째의 졸업식에서 부른 노래는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 한글 개사곡이었다.

셋째, 졸업 앨범에서 선생님의 얼굴이 없어졌다. 첫째의 2019학년도 졸업 앨범을 보면 교장, 교감 선생님, 학년별 담임 선생님, 교과전담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 행정실 선생님들이 모두 나와 있고, 반별 사진에도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나와 있다. 그런데 둘째의 졸업 앨범을 보면 교장과 교감 선생님의 얼굴만 나와 있고, 다른 선생님은 나와 있지 않다. 게다가 반별로 찍은 사진을 살펴봐도 담임 선생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필자의 졸업 때와 비교하면, 물론 시대가 많이 흘렀다고 하지만, 졸업 앨범에서 선생님의 얼굴, 특히 반별 사진에서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빠진 것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졸업식장에서 학부모에게 준 안내장을 보니 이번 졸업식이 44회이고, 지금까지 배출된 졸업생 수는 약 1만 4천여 명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날 졸업한 우리 둘째와 친구들이 중학교에 진학하여 건강하고, 슬기로우며,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원하며, 필자의 가족은 둘째의 졸업식이 끝나고, 둘째의 졸업 추억이 남을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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