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한은혜 기자=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 쓸 땐 퇴사를 각오하고 쓴다.”
대전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모(35)씨는 지난달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1년을 신청했지만, 회사에선 3개월을 권유했고 유씨는 고심 끝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기고 출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육아휴직 정책이 새롭게 발표되고 있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현장에는 걸림돌이 많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대전지역 주요 기업들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지역 산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에 본사를 둔 KT&G는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으로 자동전환되는 ‘자동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고 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확대했다.
한국타이어는 육아휴직은 물론 근로시간 단축제도, 가족돌봄제도 등을 운영하고 갤러리아타임월드는 임신지원휴가 및 난임시술비 등 지원금도 제공한다.
이와 같은 대기업 복지는 중소기업 구성원으로선 ‘언감생심’이다. 복지는 고사하고 육아휴직 조차 사용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 안팎의 목소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2022년 육아휴직통계를 살펴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 사용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300명 이상인 기업체에 소속된 부모 중 육아휴직을 신청한 종사자는 남자(64.7%), 여자(58.9%)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반면 4명 이하 규모 기업의 육아휴직 비중은 남자(5.2%), 여자(5.1%)로 전체 사업체에서 가장 낮았다.
5인~49인 규모 기업은 남자(14.1%), 여자 (19.5%)의 비중이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했고 50인~299인 규모 기업은 남자(15%), 여자(15.9%)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회사에서는 육아휴직 부담 여부에 대해 1.9%만이 ‘여건상 신청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나 5~9인 회사는 19.1%, 10~29인의 경우 12%, 30~99인의 경우 6.7%가 ‘여건상 신청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중소기업 맞춤형 육아휴직 사례라던가 중소기업 육아휴직 지원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