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서산] 이승규 기자 = 국민의힘 성일종 국회의원(충남 서산시·태안군)이 뒤늦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서 서산장학재단이 지난 3일 서산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자리에 참석한 성 의원이 인재 육성과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족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예시로 든 것이다.
이에 지역교육계는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 이유야 어찌 됐든 발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발끈했다.
다름 아닌 삼일절을 불과 이틀 지난 후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을 지낸 인물로 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미화하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발단은 성 의원이 이날 학생들을 격려하며 이토 히로부미의 일화를 소개하면서다.
그는 “미국이 일본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을 때 일본의 작은 도시 하기(萩)에 있던 청년 5명이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겠다’며 주 정부에 장학금을 요청했으나, 당시 장학금을 줄 수 없었던 재정국장은 금고 문을 열어둔 채 나갔다. 그러자 청년들은 금고에 있던 금괴를 갖고 영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공부하고 (돌아온 5명의 청년은) 해군 총사령관 등을 지냈다. 그 중 한 사람이 이토 히로부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세대를 키울 제도가 없을 때 금괴를 훔쳐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그 금괴로 공부하고 돌아와 일본을 완전히 개발시켰다”며 인재 육성과 장학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의원은 특히, “(이토 히로부미는)한반도에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 인물이고 그만큼 우리에게 불행한 역사지만,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인재를 키웠던 선례”라며 “지역사회가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고 미래에 조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달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당장 지역교육계와 서산시민들 사이에서는 발언의 심각성을 따졌다.
지역민들은 “불행한 역사를 잘 알고 있음에도 ‘침략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장학사업과 인재 육성의 훌륭한 사례로 소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장학사업 등과 관련해 이토 히로부미를 마치 칭송하듯 예로 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며 성 의원의 역사관을 의심했다.
이에 성 의원은 “이토 히로부미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안중근 의사에 의해 사살된 인물이지만, 금괴를 훔쳐서까지 공부해 일본의 근대화를 이뤘다"며 "(단순히) 예를 들면서 이제는 장학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 만큼 걱정 없이 공부에만 매진하라는 격려 차원이자 사람과 교육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에는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가 몇 가지 지표에서 경쟁국인 일본을 뛰어넘는 강국이 됐는데도 여전히 (일본에 대한) 그런 언급조차 금기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열등의식”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지역 일각에서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서산지역 시민단체가 나서 따져야 하는 것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서산장학재단은 성 의원의 형인 고 성완종 전 의원이 1990년 설립했으며, 지금껏 2만6000여 명의 지역 학생들에게 150억원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성일종 의원은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조한기 후보와 세번째 리턴매치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