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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무장애 생활환경 예찬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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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3.07 16: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도시의 건축물을 마주하면 아름답게 디자인된 사인몰을 보는 듯하다. 벽면을 유리로 장식한 건물, 마치 치마를 두른 듯한 건물이 있는가 하면 밤이 되면 광고판처럼 번쩍이는 건물도 있다. 다양한 건물들이 도시의 면모를 자랑하는 듯하다. 그러나 건물은 외관만이 아니고 튼튼하고 기능적인 건축물이어야 하기에 다양한 이용자들은 대부분 기능적인 면을 추구하고 있다.

여러 건물을 이용하면서 휠체어를 탄 이용자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구에서부터 경사로를 오르느라 진땀을 빼고 웅장한 회전문으로 바로 통과할 수 없어 회전문 옆에 설치된 무겁고 비좁은 수동문을 여는데 또 한 번의 어려움을 겪는다. 건물 내부의 화려한 실내장식과는 비교될 만큼 안내되지 않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찾느라 고역을 치른다. 고급스러운 화장실 입구와는 달리 휠체어를 타고 아예 들어갈 수 없게 설계된 화장실 앞에서 또 한 번의 아연함을 느낀다.

한 번쯤 들어봤을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장애물이 없는 생활환경을 뜻한다. 여기에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추가한 ‘Barrier Free Design’이란 건축물과 주택에서 시설 접근 등에 장애 요소를 제거해 고령자와 장애인 및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설계기준을 말한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것을 최대로 제거한다는 의미이다.

기존의 생활환경은 장애물을 극복하는 수단으로 생각하여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 왔고,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 장애인시설 설치 위주로 환경을 조성했다. 하지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은 장애인 편의시설 없이도 장애를 느끼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설계 시부터 장애인을 시설이용자의 일부로 간주하여 처음부터 장애인시설을 만들지 않는 디자인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건물을 설계할 때 비장애인용 계단 입구와 장애인용 경사로를 따로 구성했다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디자인은 처음부터 계단의 높이 차이가 없도록 설계하여 이용자 모두가 수평 접근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배리어프리 디자인의 개념은 그 적용 분야가 매우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건축 관련 용어로 처음 등장한 용어이지만 이제는 사회제도, 문화정보, 의식·심리적인 측면에서의 장벽을 제거한다는 의미로도 통용하고 있다. 근래에 들어서는 사용하기 쉽고 편리하게 만든 가구나 제품디자인 등도 포함하며, 노약자와 장애인의 처지에서 불편한 환경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한다는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름답게 보이는 건물이지만 휠체어를 타고 이용이 힘들거나 아예 이용되지 않는 것과는 달리, 휠체어를 타고도 건물의 구석구석까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물은 외관만 아름답게 보이는 건물을 이용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건물에는 어김없이 작은 현판이 붙어 있고 그 현판에는 ‘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이라고 새겨져 있다. 바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은 건물이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인증을 받은 건물은 어떤 출입구든 휠체어를 타고도 접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시각장애가 있는 이용자가 건물에 접근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작은 장애물도 없애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가능한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설치하여 휠체어를 타거나 유모차를 끌고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축되는 건물일 때 아예 출입구에 계단이 설치되지 않도록 건축주나 건축사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현장에 적용한다. 건물의 외관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혹시라도 설치될 수 있는 출입문 앞 계단이라면 아름다움보다는 이용자 편의와 안전을 더 우선시하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의해 처음부터 설치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또한 격조 있는 건물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건물 내부 바닥의 번쩍이는 바닥 재질은 목발을 사용하거나 높은 굽의 구두로 인해 미끄러질 수 있는 이용자들의 안전을 우선으로 고려한 미끄럽지 않은 재질로 마감되게 한다. 2층 이상의 건물은 휠체어를 타고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게 한다. 화장실도 휠체어를 타고 이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장애인 화장실을 배려하여 설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옥상에 휴게공간이 설치되면 휠체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극장이나 영화관 관람석의 단상도 경사로를 설치하여 접근할 수 있도록 설치한다.

지금처럼 차량 이용자가 많은 경우에는 휠체어 사용자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연속적으로 안내해주고 있으며 주차 후 건물로 이동하는 이동로를 다른 차량으로부터 완전하게 분리해 안전한 주차장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치하고 있다.

삶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여러 가지 인증제가 시행되고 있다. 건물과 관련되는 인증제만 하더라도 친환경건축물 인증, 지능형 건축물 인증, 신·재생에너지 이용건축물인증,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등 다양하다. 여러 인증제 중에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은 200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건축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인증제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친환경 인증이나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등은 건물 대부분의 효율적 운영과 관련되는 인증이지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은 시설물 이용자의 안전과 편리한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설물을 인간 중심적으로 만들어 가는 새로운 개념의 인증제도이다. 그러나 이런 인증제도가 시작된 지 16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인증받은 건물의 편의성이 널리 확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이야말로 우리 사회처럼 사회구성원이 급속도로 고령화되어 가고 있고 장애 인구도 비교적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필수적으로 널리 적용되어야 할 인증제도일 것이다. 따라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를 시설물 관련 필수 인증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를 이끄는 정부뿐만 아니라 본 인증제도의 이점을 무엇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관련 민간 분야에서 함께 힘을 합쳐 제도 확산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은 시설물의 수가 많지 않아 실제 인증받은 시설물의 효과를 직접 시설물 이용자가 느끼고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인증받은 시설물 관련 건축주와 설계자, 그리고 시공자 등에 대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여 제공함으로써 인위적인 인증제도 확산에 이바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므로 이를 위한 노력도 함께 경주하여야 할 과제이다.

BF인증심사를 하면서 처해있는 환경마다 여건에 따라 세심한 연구가 필요함을 절감한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은 모든 사람의 기본 권리이자 사회적 가치이다. 누구나 동등한 기회와 참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인식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하여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실현해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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