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는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입장을 떠나 인성을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이 변화돼야 한다. 먼저 인성의 바탕 위에 학문도 지식도 세워지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부각된 학교폭력과 따돌림에 관한 대책들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됐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일관된 대책과 지속적 관리, 정권이 바뀌어도 이어져나가는 참다운 인간교육 정책은 정말 아쉽다. 지금 우리 자녀들의 교육 주변에서는 교권이 무너졌다는 말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학생들의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교사의 권한이 축소된 상태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통과된 학생인권조례에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도 담겨있긴 하다.
체벌전면금지나 집회의 자유, 복장·두발 자유 등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찬반 논쟁도 그렇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곳은 전국에서 세 지역이다. 물론 학생들의 입장에서 학생인권조례는 반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벌 및 차별 금지, 종교행사 강요 금지 등은 인권보호와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당연한 조치라고도 본다.
허나 소지품 검사, 압수 금지, 휴대전화 허용과 같은 경우는 면학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는 부분인 만큼 반기는 쪽과 우려하는 쪽의 입장이 양립되고 있는 분위기다. 수업시간 휴대전화 사용이나 동영상 시청, 동영상 촬영 등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으로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일은 이미 비일비재하다.
체벌의 유무를 떠나 교사를 향한 존경심이 이미 땅에 떨어진 교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스승과 제자의 전쟁판이나 다름이 없을 정도가 됐다. 자신을 훈계한다는 이유로 교사의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잡는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만큼 교사들의 권리도 존중돼야 할 줄 안다.
생각해보면 이념의 폭풍 속을 빠져나와 낙엽처럼 휘날리는 돈봉투의 폭풍 아래 좌절과 짜증이 극에 달한 우리 사회에 학생들까지 몸을 담그고 있는 형국이라 안타깝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상위권이나 흥미도와 행복지수는 최하위다.
또 청소년 자살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청소년교육학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중 ‘관계지향성’은 세계 36개국 중 35위로 꼴찌이다. 때문에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의 근절책으로 새학기부터 학생부에 학원폭력 사항을 기재해 남긴다는 새 방침까지 나왔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대안으로 여러가지를 논의한 끝에 나온 조치겠지만 ‘나쁜 짓하면 이름적기’수준의 발상 밖에 되지 않는 눈가리고 아옹하는 대책이다. 가해자 이름적기의 학적부 기록 따위의 아이디어가 학교폭력의 깊은 상처를 얼마나 해결해 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동안 봇물처럼 쏟아진 학교 폭력대책의 성과에 기대를 걸면서 함께 진정성 있는 인성교육을 촉구한다 .
임명섭/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