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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이 잉어의 ‘네이처’와 ‘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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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05.03 18: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이 잉어가 사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사는 공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까지 자란다. 그리고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까지도 자란다.”

일본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의 수상록 ‘회상’에 나오는 코이라는 관상어 이야기다.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작가는, 이 얘기에 이어 사람의 꿈도 이와 같다고 덧붙인다.

“큰 꿈을 가진 사람은 훗날 큰 사람이 되고, 작은 꿈을 품으면 작은 사람이 된다. 명심하라, 꿈의 넓이가 사람의 넓이고 인생의 넓이이자 미래의 넓이다.”

이 예화는 청소년들의 진로지도와 관련한 훈화 소재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꿈’ 관련보다는 ‘네이처(nature)와 너처(nurture)’ 관련 얘깃거리로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말 그대로 네이처는 선천적인 것, 너처는 후천적인 것이다. 네이처는 타고난 것을 말하고, 너처는 길러진 것을 뜻한다. 심리학의 오랜 쟁점인 ‘유전과 환경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의 모습이나 성격, 자질…등의 ‘캐릭터’는 타고나는 것인가 길러지는 것인가. 두 가지가 모두 작용한다면 그 비율은 어떻게 되며 어느 쪽이 더 큰가. 생물학적 요인이 크다는 쪽은 유전형질의 비중에 주목하고, 사회학적 시각에서는 사회화의 비중이 크다고 본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유전인자에 지배되는 인과율을 담은 것이요,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은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비중 있게 본 표현이다.

물론 정해진 비율이란 있을 수 없다.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들 간에도 모습이나 성격, 체질이나 지능들이 다른 것을 보면, 그 어떤 요인도 케이스마다 다르게 작용됨이 분명하다.

여기서 다시 코이 잉어 얘기로 돌아가 보자. 코이 잉어가 살아가는 공간에 따라 몸의 크기 차이가 15배도 더 넘도록 판이하게 자란다는 것은, 무엇보다 환경의 차이에 따른 결과다. 예화 속 코이 잉어들이 처한 상황(case)의 차이는, 엔도 슈사쿠가 말하는 ‘꿈’의 차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살아가는 ‘상자(case)’의 크기(size) 차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환경(너처)의 영향으로 인한 극단적 사례라 할 만하다. 동시에 유전(네이처)적 요인도 배제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든 어종들이 그런 것이 아니라 유독 코이 잉어만 그렇게 자란다는 것 자체가 ‘유전적 요인의 한계 내에서’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많은 학자들 간에 뜨거운 쟁점이 되어왔던 네이처와 너처의 문제. 요즘은 그에 관한 견해들이 대체로 모아지고 있다. 유전적 요인이 성장과 발달의 범위를 제한한다면, 그 범위 안에서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는 쪽으로….

코이 잉어 예화는 그 연유의 일단을 보여주는 얘깃거리로 쓸 만해 보인다.

김병우/충북 교육발전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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