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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팔짱 낀 교과서 값 파동, 피해자는 학생·학부모

“출판사들이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는 담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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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30 17:0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 명 섭 주 필

교과서 가격책정 문제에 교육부가 개입하는 헛발질이 안쓰럽다. 가격 책정에 불공정, 비경쟁적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공정위가 살필 사안이 아닌가 싶다. 신학기에 접어들었으나 일선 학교에서는 교과서 파동이 일어 말썽이다. 교과서 출판사들이 지난해 보다 고교 교과서 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이 발단이 됐다.

교육부가 가격이 비싸다며 대폭 내릴 것을 권고하자 "출판업계는 원가에도 못 미친다"며 갑자기 국내 교과서 발행 출판사 93곳이 교과서의 발행과 공급을 전면 중단키로 결의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마디로 가격 갈등에서 불거진 일이다. 교육부와 출판업계의 갈등으로 인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교과서 출판사들은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라는 공동 대응 기구까지 만들었으니 반발 수위는 만만찮다. 갈등 전개 과정을 요약하면 정부가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으로 교과서 가격 자율제를 도입하면서 낌새가 보였다. 출판사들은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려 고급화한 결과 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교육부가 교과서 값 통제에 나서면서 지난달 가격조정을 명령할 수 있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책임도 못질 규제 개혁이 된 셈이다. 출판사들도 큰소리칠 것은 없다. 단체행동을 일삼는 지금의 모습은 ‘경쟁’을 하랬더니 ‘담합’을 일삼고 있다는 인상을 풍길 뿐이다.

이처럼 부작용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급기야 출판사에서 공급 전면 중단 사태로 번지자 허둥지둥 교육부가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의 규제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교육부는 당초 교과용 도서심의위원회에서 적정가격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출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출판사들은 그동안 교과서를 팔아 이익을 남긴 게 아니라 그에 딸린 참고서를 판매해 수익을 올려왔다는 고백이다. 그런데 참고서 시장을 교육방송 교재가 독점하다 보니 교과서 값을 올려 이윤을 남기려는 편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라도 교과서 값이 너무 올랐다.

결국 출판사는 교육부의 조정명령이 가혹한 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식에 어긋나는 과도한 교과서 가격 인상은 차제에 밝혀내야 할 과제다. 교과서 값 갈등의 피해자는 교과서 없이 학업에 임하는 학생과 자녀의 교과서 값을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들 이다.

분통이 난 출판사들은 ‘교과서 값 정상화’를 외치며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교육부도 ‘교과서 가격상한제’를 비롯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니 갈등은 하루 빨리 마무리지어야 하겠다. 이번 학기의 교과서는 이미 배포됐으나 전학을 가거나 교과서를 분실한 경우 새 교과서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당장 학생이 교과서 없이 공부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번 출판사들이 과도하게 가격을 올려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려는 담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과서는 구입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어 참고서와는 다르다. 교과서는 학업의 필수재나 다름없는 데 가격을 갑자기 두 배 가깝게 인상한 것은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렇지 않으리라 믿지만 교과서 가격 폭등이 판촉 로비 비용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교육부의 신속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대한다.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뒷돈으로 얼룩지고 이로 인해 교과서 가격이 치솟았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경쟁을 통해 높은 질과 적정한 가격의 교과서를 만들려는 출판계의 양심적인 의지를 보고 싶은 요즘이다. 늦었지만 교과서 적정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출판사와 교육부, 교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제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번 기회에 교과서 판매망 점검, 판촉비용, 교과서 계약을 따내기 위해 총판 대리점의 학교에 치열한 로비 등의 불법비리 영업이 판을 치고 있다면 감시와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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