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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월을 위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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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4.01 19:5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한 상 규 서산교육지원청교육장

아름다운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 노래한 시인이 있다. 그가 바로 문학사에 길이 빛나는 T.S. 엘리어트이다. 그는 1922년에 발표한 '황무지'라는 시에서 사월을 잔인한 달이라 노래하고 있다.

 

4월은 잔인한 달, 불모의 땅에서

라일락꽃 피게 하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어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어나게 한다.

 

태생적으로 모국어가 아닌 번역어로서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엘리어트의 ‘황무지’라는 시의 탄생적 시대 사회상을 들여다보면 이 표현의 한 단면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도 된다. 이 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문학사에도 주지주의라는 새로운 문예사조가 부흥하던 시기에 발표되었다. 산하에는 여리디 여린 새싹이 두껍게 내려앉은 겨울의 껍질을 깨드리고 생명의 신비를 발아하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인간사에는 신뢰가 깨어져 세계대전이라는 죽음의 변주곡이 진행되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시인의 참담함이 묻어나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도 있을 것 같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깨어져 전쟁이라는 인류사 최악의 재앙이 닥쳐온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분개가 묻어나는 표현이라고 본다. 자연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사람사이의 신뢰 상실로 야기된 전쟁이 뒤덮은 사월은 잔인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4.19의거 등 많은 역사적 일들이 4월에 있었다. 사람사이의 신뢰와 믿음의 상실로 사월에 흘린 그 피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 아름다운 사월이 잔인한 달이라는데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잔인하기에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4월이다.

사월이 진정 아름다울 수 있으려면 사람사이의 믿음, 신뢰가 존재해야만 한다.

또한 믿음, 신뢰라는 가치가 가장 존중되어야할 곳이 교육현장이다. 그러나 그 현장에서 믿음과 신뢰가 상실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것은 안타깝다. 잔인하다.

고답적인 표현으로 취급 받긴 하지만 ‘군사부일체’라는 가치가 우리에게는 있었다. 부모와 국가에 대한 맹신이상으로 스승은 그 자체로서 믿음이었고 신뢰였다. 그런 믿음, 신뢰가 있었기에 지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오늘 세계사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 절대 선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 절대 진리, 절대 선 속에 가르치는 자, 기르는 자에 대한 위대성이 존재하는 사회가 위대한 사회임을 역사가 웅변하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교육에 투자하고 스승의 자리를 바로 세우는 나라가 세계사의 주역이 되어왔다. 단적인 예를 피히터에게서 찾을 수 있다.

1807년 나폴레옹 군에게 패했을 당시 혼란에 빠진 독일인들에게 다시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오늘의 독일이 있게 한 것은 독일 철학자 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이라는 한 권의 명저였다. 당시 독일은 국토가 분단되고 국민들은 낙심했으며 정치인들은 리더쉽을 망각했던 때였다. 피히테는 독일을 재건하는 유일한 길은 '국민교육'을 통한 민족혼의 재건이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 이 절대 진리, 절대선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

교육은 장기적인 투자이고 인간 내면의 변화를 요구하는 분야이다. 이 부문에서 즉시성, 효용성을 추구하다 보면 모든 것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믿고 기다려주는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을 백년지대계라 일컫는다고 생각한다.

공교육이 심히 어렵다. 그러나 공교육이 강화되어야 내 자녀가 바로 선다. 공교육 위상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부모들의 책무성이 요구된다. 인내할 줄 아는 부모상, 믿고 기다려 주는 신뢰가 필요하다. 아이의 바른 성장을 위해 아이에게, 학교에게 조급한 요구, 무리한 요구가 아닌 참고 지켜보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신뢰와 믿음이 넘쳐나 모든 이들에게 사월이 진정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신뢰와 믿음이 넘쳐나는 사월의 송가가 봄꽃이 지천인 온 산하에 울려 퍼지기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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