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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발목을 삐었는데 왜 손에 침을 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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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7.19 16: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충청신문=나영태 마음 쉼 한의원 원장] 아무래도 흔하게 생길 수 있는 질환 중에 발목 염좌가 가장 대표적이겠지요? 발목을 삐었을 때 심각한 손상을 제외하고 단순 염좌일 경우에는 아마 발목의 바깥쪽을 사혈해서 부종을 신속히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준 뒤 반대측 발이나 손, 혹은 경항부에 있는 혈에 자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럴 때마다 환자분들이 질문을 합니다. “저 오른쪽 발목인데요?” 마치 제가 착각해서 좌측에 자침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나봐요. 오늘은 아픈 곳에 직접 침 치료 하는 원리와 반대쪽에 자침하여 치료하는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반대측에 자침하여 치료하는 원리를 이해하려면 경락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경락이라는 것은 사실 그저 단순하지 않아요. 조금 복잡합니다.

총 12개의 경맥이 있습니다. 각각의 경락은 장부와 짝을 이루고 있어요. 장부는 5장6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6장6부입니다. 경락학설도 그렇고 장부학설도 시대에 따라 발전했습니다.

각각 12개의 장부는 1개씩의 경맥을 가지고 있으며 경맥은 여환무단(如環無斷, 고리와 같아 끊김이 없다)한 형태로 전신을 유주(流注)하고 있으며 그 영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전신을 유주하며 영양을 공급하기도 하고 움직임을 주관하기도 하며 그 기능을 제어하기도 합니다.

12개의 경맥 이외에 락맥, 기경팔맥 등의 경락이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12개의 경맥 순환을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12개의 경맥은 좌우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 때문에 각 경맥의 기운은 몸의 상하, 좌우, 전후로 기운의 편차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마치 자연에서 온도차가 생겼을 때 기압차가 생기고 바람이 부는 것처럼 몸에서도 기운의 편차가 생기고 그로인해 경맥을 통해 경기(經氣)의 편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병이 생기기도 하고 병이 생겼을 때 이 원리를 이용하여 치료하기도 합니다.

다시 발목으로 돌아가서 체형도 비슷하고 증상도 비슷하고 발목의 염좌로 인한 손상된 근육도 비슷한데 누구는 3일만에 낫고 누구는 2주가 걸리고 운이 안 좋은 어떤 사람은 몇 개월씩 가고 그래요.

이유는 바로 경맥에 있습니다. 손상이 된 부분의 지나가는 경맥이 평소에 기능을 잘 하지 못했던 경우는 다른 사람들 보다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발목 뿐만 아니라 정강이, 종아리, 허벅지, 어떤 경우는 허리까지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손상된 부분의 경기(經氣)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 경우 반대쪽의 상대적으로 제대로 순환되고 있는 경맥의 기운을 끌어다가 사용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에 반대쪽에 자침하여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경맥의 기운을 끌어다가 사용 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협지에서나 나올만한 그런 내용이지만 이런 것들을 깊이 연구하다보면 현재 외국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근막경선해부학이나 MPS, AK, 오스테오파시 등의 학문과도 경락학설은 그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는 근골격계 증상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내과적인 질환들에서도 많이 응용됩니다. 예를 들어 소화불량의 경우 위(胃)가 잘 움직이지 않아서 그 해가 소장까지 미치는 경우 정강이에 있는 혈위에 자침하여 치료하는 경우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그 자리에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물론 아픈 부분에 직접 자침하여 치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화상, 습진, 건선 등의 경우 치료할 때에는 병변이 있는 곳에 수 개에서 수십 개의 침을 놓기도 합니다.

이런 피부 질환들도 그렇고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경맥의 힘이 약해서 상대적으로 반대편의 기운 또한 약할 때는 해당하는 부분의 혈액순환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강자극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결국은 몸의 상하, 전후, 좌우 경기의 평형이 이루어져야 재발도 안 되고 증상도 좋아지기 때문에 반대 측에 같이 자침하여 치료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경맥은 단순히 기운만 다니는 길이 아니라 금오 김홍경 선생은 경락을 ‘의식과 감정의 통로’라 정의합니다.

의식과 감정으로 생긴 기운의 편차 역시 경락으로 조절이 가능 하기 때문에 침 치료로써 정신과 질환의 치료 또한 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잠이 안 온다거나 여러 증상들이 있을 수 있는데요 이런 것들 또한 침 치료로써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오늘 다룬 내용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내용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더 쉬이 다가오기 힘든가 봅니다. 뇌내망상처럼 들리기도 하고 정말 실제로 그런지 궁금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헌적으로 경락학설은 계속해서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연구는 무궁무진 하다는 것입니다. 경락은 단순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우리 생활속에서 그 흔적을 많이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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