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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세종 교육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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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10 20: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유 前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나는 세종시의 옛 자락 연서면 청라리에서 태어나 쌍류초와 교동초에서 공부, 연서중, 조치원고(현 세종고)를 졸업했다. 부모 형제가 모두 세종시에 거주하는 말하자면 내 가족은 수백 년 토박이 씨족이다.

37만여 명 세종시 사람들은 여러 부류가 섞여 산다. 약 9만 명의 토박이들, 서울에서 온 강남 사람들, 대전과 공주에서 온 이주민들, 신도시 건설업에 종사하는 기술자들과 노동자들, 5만 9000명의 학생과 5400명의 교원, 155개 학교를 돕는 행정직과 공무직 분들이 있다.

SF의 한 장면처럼 중앙 정부청사가 번듯이 들어선 신도시의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새로 이사 온 이웃 사람에게 흔히 묻는 말은 “어디서 오셨어요?” 하는 질문이다. 고향이 어디냐는 뜻이다.

답하는 입장이 곤혹스럽다. 서울에서 왔다는 답은 당당함이 묻어있고 대전이나 공주에서 왔다는 답은 약간의 신분 상승?, 가장 작은 목소리의 답은 “연서면, 전동, 전의, 조치원 등”이다. 이건 내 주장이 아니라 우스갯 소리로 떠도는 잘 알려진 에피소드다.

나처럼 연서면 청라리가 고향인 사람은 세종시 전체가 그냥 가슴에 담겨있다. 어릴 적부터 동서남북 세종시 전체의 강역을 쏘다니며 멱을 감고 물고기를 잡고 공주와 대전, 청주를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낯선 신도시를 운전하고 다니면 길을 잃는다. 중심지의 도로는 너무 좁아서 차가 밀리고 신호등과 횡단보도의 시간 간격은 너무 크게 느껴진다, 피곤하다.     

세종시의 교육 문제 역시 약간 혼란스럽다. 경기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10년을 넘게 교사 양성과정, 재교육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교육학을 가르쳐 온 나도 전문가의 식견을 말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조화는 언제 어디서든 이루기가 어렵다. 세종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0월에 만난 세종시 학원연합회(회장 윤지성) 임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구읍(조치원)의 학생들은 학교 끝나면 단체로 버스 타고 신도시로 오고, 신도시의 학생들은 대전으로 가요.”

“학원 교습비는 몇 년째 동결인데 중간·기말 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의 요구는 해마다 높아만 가요. 학교의 교사들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듯이 시험지를 계통 없이 출제해요. 우리는 이런 현상에 대처하느라 힘들지요”

지난 가을 중순에 만났던 초등의 젊은 10년 차 B교사는 일부러 조퇴하고 나를 만났다. 교육전문가에게 해법을 묻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너무 많이 배웠다.

“세종시는 스마트 도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환경을 지녔지만 학교들은 스마트화되지 못했어요. 딱히 누구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꼭 정보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를 놓쳤던 것 같아요.”

“여기 선생님들은 승진에 대한 욕구도 별로 없어요. 그냥 복잡한 일에 얽히지 않고 개인사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교육자의 학습 동기를 불어 넣을 만한 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봐요. 정보화 교육을 위한 교육청의 조직개편은 시급한데 어떻게 관료들과 소통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세종시 교육청의 행정직 주무관들을 한 달씩 붙잡고 교육 정보화 정책을 호소했다는 B교사의 열정이 대단하다. 하지만 교육 정보화 사업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정보화는 시설보다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문을 연 스마트 학교들도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첨단이었지만 성과는 좋지 않았다. 허약한 교육콘텐츠가 문제였다. 훈련된 교사가 필요하고 교육청이 그것을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어쩌면 세종교육의 희망은 현장에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청의 길은 학교를 뛰어넘어 시민 속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의 길은 교육청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학부모에게로 그리고 세종시의 모든 길로 통하고 흘러야 한다. 세종교육 안녕한가. 내 고향의 교육혁신은 가능할까? 어찌 되든 교육은 역시 희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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