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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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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2.01 15: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꿈제작소 대표

장애를 이해하는 데 장애 관련 정책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 큰 맥락을 살펴보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장애 정책은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옮겨갔음을 알게 된다. 의료적 모델은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취급해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사회화에 힘쓰기보다는 복지를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한 단계이다. 이와 비교하면 사회적 모델로의 변화는 장애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 모두가 함께 대처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 다르다.

의료적 모델로 장애를 인식하던 시절에는 장애인을 전문시설에 머물게 하거나 시설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인식했다. 이 모델에 의하면 사회로부터 장애인을 격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각종 장애인 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전문 사회복지인력을 배치해 장애인의 생활을 돌보게 하는 것이 정책의 기본 방향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모델로 인식이 옮겨가면서 탈시설을 통해 재가보호 또는 지역사회 보호로 주거 형태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용을 바라보는 시각도 양자 간 차이가 있다. 의료적 모델로 장애를 바라보던 때는 보호 고용이나 의무고용제의 시행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모델로 정책 방향이 옮겨가면서 근로지원인 배치 등을 통해 장애인이 비장애인 노동자와 함께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이 적극적으로 실천될 수 있는 근거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찾을 수 있다. 장애인도 당당히 노동력을 제공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장애 학생을 특수학교 또는 특수학급에 수용해 별도의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정책의 방향이었다. 하지만 이는 장애 학생들의 사회성 결여를 비롯해 비장애 학생들의 장애에 대한 편견을 키울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통합교육을 통해 함께 학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서로 익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하였다.

교통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과거에는 장애인에게 개별적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어 불편 없이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를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시각장애 또는 청각 장애인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 방송을 강화하거나 화면을 통해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사회적 노력이 더 해지고 있다. 이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방점을 두는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이 등장한 것도 장애인 관련 정책이 사회적 모델로 옮겨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장애인이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는 각종 시스템을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이다. 대개 장애인이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비장애인에게도 더욱 편한 사용을 보장하게 된다. 손가락을 이용해 뭉치를 돌려야 하는 문짝 손잡이가 굳이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아도 방향을 돌리기만 하면 열리는 문고리로 변하고 있는 것이 그 실례라 할 수 있다.

장애 관련 정책이 의료적 모델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모델로 옮겨온 것은 장애인을 특수한 집단으로 보려 하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대상으로 보는 쪽으로 옮겨왔음을 의미한다. 분리에서 공존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옮겨갈 수 있도록 정책이 변화하고 있다. 장애인은 장애가 있을 뿐, 사회와 격리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는 사회적 모델이 합당하다. 정책의 변화는 인식의 변화를 동반할 근거가 된다. 모두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라는 인식이 모든 국민에게 심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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