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가는데 갓길에 주차해 둔 승용차가 보인다. 가까운 야산에 무덤 서너 장이 있고 몇몇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윙윙 돌아가는 예초기 소리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풀을 깎는다. 장례를 치를 경우 화장을 해서 뿌리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해도 아직은 벌초를 하면서 조상의 묘를 돌보는 사람이 더 많은가 싶어 감회가 새롭다.엊그제 우리 집에서도 벌초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점심시간을 훨씬 넘긴 2시에 땀에 범벅이 되어 돌아왔다. 올해도 역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사건으로 인해 촉발되었지만 교육감 선출방식을 바꿔야 된다는 논의가 이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형식과 실효성에 관한 문제가 도마위에 오를 때가 왔다. 때를 맞춰 정부와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후보의 공동 등록제를 도입, 내년 4월 세종시 교육감 선거 때부터 적용하기로 방침을 굳쳤다.이런 선거방법은 지자체장과 교육감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행 교육감 직선제의 문제점을 보완하
진상(眞相)을 감추려 하나 모두 드러나게 됨을 뜻하는 욕개미창(欲蓋彌彰)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편에서 볼 수 있다. 기원 511년, 춘추 시대 노(魯) 나라 소공 31년 겨울, 주나라 대부 흑굉(黑肱)이 주나라를 배반하고 노나라에 투항함에 따라 그가 다스렸던 남(濫) 땅은 노 나라로 편입됐다. 흑굉은 본시 신분이 높은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춘추 편찬의 원칙에서 본다면 그에 대해서는 기록할 필요가 없으며 더욱이 그의 이름을 굳이 밝힐
8월은 묘한 달이다. 우선 일제치하에서 벗어난 광복절이 있다. 만세를 부르며 쏟아져 나온 인파가 부둥켜안고 울던 감격스러운 날이다. 그 다음 국권이 하루아침에 넘어가 일제의 압박을 받아야 했던 국치일도 있다. 그 해가 경술년이라서 ‘경술국??箚玆?하는데 1910년 한일합방이 되면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으로서는 가장 수치스러운 날이다.엊그제 8월 29일이 바로 국치일이었던 것이다. 외세의 침략에 줄곧 시달려 온 역사지만 그 때처럼
-베탕쿠르 프랑스 로레알 화장품 회장은 “우리가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부유층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 그룹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88)는 최근 프랑스를 대표하는 슈퍼 부자 15명과 함께 세금을 더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한 프랑스 주간지에 자신들의 서명을 첨부한 기고문에서 “우리는 프랑스·유럽의 경제 시스템 속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며 “자본 흐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
인간에게는 누구나 출산 본능이 있다. 여성들은 언젠가는 아이를 출산하고 싶은 본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이유로 출산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미리 정부가 DNA 테스트를 하여 ‘당신은 몇 살 이전에 출산하지 않으면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연도를 제시해주면 항시 그 여성의 머리에서 연도가 맴돌아 불임예방을 할 수 있게 된다.그래서 합계 출산율은 가임기간 15~49세에 있는 여성이 평균적으로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하는가를 나타내는 지
현관문에 휘발유를 끼얹고는 불을 질렀단다. 다행히 금방 꺼졌으나 이웃 사람의 짓이었다는 말을 들으니 참 당혹스럽다. 애들이 쿵쿵거리고 뛰어다니는 소리에 화가 동해서 그랬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집 앞에 차를 세워 둔 것 때문에 날카로운 돌로 긁어놓았다는 얘기까지 들으니 각박한 세태라는 게 실감이 간다.아래층에 살다 보면 위층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신경이 거슬릴 때가 많다. 하지만 1층에 살지 않고서는 누구나 남의 집 위층에 살고 있으니 그리
미국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지도 그녀를 비난했다. ‘말도 안되는 불합리한 결론’이라고 매도했다. 다른 언론도 비난의 강도가 지보다 강하면 강했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비평가들은 “서구 자본주의를 파멸시키는 좌파의 음모”라는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미국 역사상 한 과학자를 두고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1962년도는 ‘도저히 읽어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비난하면서, 그렇게 한 여성과학자의 저서에 대해 침묵을 강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나름대로 귀성계획을 세우는 등 벌써부터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귀성객들의 마음이 들떠 있다. 한가위에는 흩어졌던 가족, 친지가 한자리에 모여 윳놀이도 하고 성묘도가고 보름 달에 소원도 빌게되는 명절이다.이런 한가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추석 음식이다. 차레를 지내고 푸짐한 추석 명절 음식을 가족들과 힘께 오순 도순 나누어 먹으면 음식맛도 배로 맛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생활수준의 향상, 의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인해 기대수명이 비약적으로 증가돼 왔다. 1971년 평균 62.3세에 불과하던 기대수명이 2000년에는 75.9세에 이르렀으며, 2050년에는 83세로 증가 할 전망이다. OECD 국가중 가장 고령화 속도가 높은 우리나라 고령자 취업의 대안의 하나로 정년연장의 법제화가 논의된 바 있으나 무산됐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
과일 값이 폭등하고 있다. 우리 고을의 복숭아만 해도 예년의 4.5kg 한 상자에 3만원 안팎이었던 것이 지금은 4만원 가량인가 보다. ‘얻은 떡이 두레반’이라고 이맘때면 먹다가 물려 잼을 만들고 병조림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흔했던 게 생경스럽다. 값이 비싸고 귀한 건 물론이고 맛도 예전만 어림없다. 손에 쥐기도 힘들 만큼 커다란 복숭아는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았는데 잦은 비로 이제는 맛도 덜해졌다. 그나마도 비싸서 마음 놓고 사 먹을 수도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값 인상을 놓고 유가공업체와 갈등을 빚어온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인상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유공급을 잠정적으로 허용하되 가격 협상은 늦추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어 우유대란은 여전하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젖소가 키운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상황이 현실이기에 긴장할 수 밖에 없다.그런데 이런 일로 우유를 사먹는데 불편이 따른다면 젖먹이 어린애들까지 굶겨야 하는 인륜을 저버린 싸움이나 다름이 없다. 아무튼 낙농육우협회
꽃밭 모서리에 거미줄이 하나 쳐져 있다. 알맞추 자리 잡은 것을 보니 참하고 앙증맞은 거미가 그려진다. 마늘을 찔러둔 헛간 모서리와 뒤꼍 으슥한 곳에 참기름이나 바른 듯 빤들빤들하게 지은 집도 천연 예술품이다.투명한 녀석들은 식탐도 과히 없을 것 같다. 기껏해야 간식 정도일 테고 먹이가 걸려들면 꼼짝 못하는 점액도 시늉으로만 칠 것 같다. 커 봤자 애들 손바닥 정도지만 좀 더 자라 앙상한 나뭇가지에 쳐 놓게 되면 약간 달라진다. 바람 부는 날
개항 10년을 맞는 인천국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에서 실시한 ‘2010 세계 공항 서비스 평??【?‘세계 최우수 공항상’을 받아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한 공항이다. ‘세계 최우수공항상’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국제공항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항공 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정도의 최고 상 이다.1700여개 세계 국제공항을 대상으로 실시한 항공업계의 노벨상에서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
그런 난리가 또 있을까. 산이 무너지면서 우면산 주변의 아파트와 전원마을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엄청난 흙이 무너져 내렸고 17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강원도의 펜션 마을에서도 산사태가 일어나 10명의 학생들이 죽음을 당했다. 생떼 같은 자식이 죽었다고 통곡하는 부모를 보니 남의 일 같지 않게 마음이 아프다. 놀러 온 것도 아니고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과학 봉사활동을 나왔다가 변을 만났다는 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산사태라면 산 밑의 낙후된
"제임스 레스턴은 쿠바침공 사실을 오프 더 레코드로 지킨 뒤 이를 두고두고 후회했다”매우 의아스러워했다. 궁금증에 친히 전화를 걸어 편집배경을 문의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순수 지방지에서 이 지역의 문제도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의 문제를 1면 머리기사로 두 번이나 게재했으니 가지는 의문이었다. 제주도의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추진에 관한 기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본보 7월 26~27일 1면)1961년 4월 16일 의 워싱턴지국장
무슨 일이 있기에 최근 의사와 한의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전쟁아닌 무혈 결투가 이어지면서 갈등의 고리가 커지고 있을까?. 두 의료 단체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기 싸움은 최근 한의약의 정의를 확대 규정하는 ‘한의학육성법’개정안이 지난 달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이 법은 한의약의 정의를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하거나 이를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의료 행위와 한약사(韓藥事)를 말한다”라
최근 들어 도시인들의 귀농현상이 늘었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귀농이라면 늘그막에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시골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기 쉬운데, 그게 아닌 정식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라는 바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책 없이 귀농을 했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있을 것을 대비한 귀농성공학교라는 것도 생겼다. 농사를 단순히 전원생활의 연장으로 알고 시작하다 보면 실패할 확률이 높고, 따라서 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면서 진짜 농사꾼의
해병대 총기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기수열외’라고 한다. 서열과 질서가 존재하는 기수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소속감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급자인 선배와 하급자인 후배, 그리고 동급자인 동료가 사라짐을 뜻한다. 조직내의 배제인 것이다. 요즘 흔한 말로 '왕따'이다.기수열외는 존재감의 박탈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동료와 선후배 사이에서 소속감을 뺏는 일이기 때문이다. 상하좌우에서 소속감도 인정하지 않고 네트워크도 형성하지 못하게 한다. 사회
요즘 아이들에게는 ‘재래시장’이라는 용어 자체가 좀 낯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마트나 백화점 등이 많아졌기 때문에 ‘시장’이라는 상호보다는 ‘마트’나 ‘백화??등의 상호를 더 친근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은 마트 등의 이름은 대부분 다 외우고 있지만 ‘시장’이 붙는 상호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게다가 최근 젊은 사람들 사이에는 TV와 인터넷을 이용한 홈 쇼핑물의 범람에다 다단계를 통한 판매전략까지 설치고
모처럼 날씨가 활짝 개었다. 기회다 싶어 만사 제하고 집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열어놓고 이불을 내다 널었다. 잔뜩 밀려 있는 빨래를 돌리고는 쌀통이며 찬장과 옷장까지 속속 열어 바람이 통하게 했다. 그리고는 다용도실에 있는 매실과 식초 병 등을 꺼내 말렸다. 쓰지 않은 그릇까지 행주로 훔치면서 습기를 닦아냈다.웬만치 정돈이 된 후에는 장독 청소에 들어갔다. 항아리 뚜껑을 열어놓고 행주질을 쳤다. 다른 것은 괜찮은데 간장에
이 사연은 어느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개된 해병대 전역자를 통해 소개된 일부 내용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사실이 아니였으면 했다. 하지만 우리 군의 가혹행위가 도를 넘어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 군의 사건,사고가 육·해·공군을 넘어 정예부대의 상징인 해병대에서 까지 일어나 군 기강 문란이 위험수위에 와 있음을 보여줬다.해병대 한 전역자가 전한 부대내에서 있었던 병영 생활의 얘기는 이렇다. 선임병은 “청소는 먼지 하나 남기지 말
나는 1991년부터 민주평통 자문위원이 되어 20여 년 간 활동했다. 물론 나 자신에 대해 ‘자문’을 한다면 스스로 높은 점수를 줄 자신이 없다. 지역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맡아 일을 했지만 지내놓고 보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의 자문위원들도 한결 같이 내 놓는 소감이기도 하다. 자문위원 개인의 성찰과는 별개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민주평통 전체의 자성과 새로운 비전 수립은 절실한 당면과제일 것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
평창이 드디어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지난 7일 자정이 조금 지난 12시 18분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있었던 123차 IOC 총회에서 발표된 결과다. ‘자크 로게’국제 올림픽 위원장이 올림픽 개최지가 적힌 봉투를 개봉할 때는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 곧 이어 평창이라고 선언하는 동시에 온 나라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발표를 기다리던 평창시민의 함성은 밤하늘에 메아리쳤다. 감격에 겨워 일변 웃으면서 눈물을 훔치는
“‘삼성이 하면 표준이 된다’고 했다. 새로운 사회규범을 세우고 노사관계의 훈풍을 가져온다면 평창올림픽은 화합의 잔치가 된다”‘수적천석(水滴穿石)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물방울이 수도 없이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는 것으로, 정성을 들이고 노력을 거듭해 목표를 이뤄낸다는 말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마침내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평창으로 결정됐다.처음 보는 장면인 것 같다. 한국의 IOC위원은 끝내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