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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회장의 눈물이 백혈병 산업재해자에게도 보인다면...

용문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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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1.07.11 20:27
  • 기자명 By. 뉴스관리자 기자

“‘삼성이 하면 표준이 된다’고 했다. 새로운 사회규범을 세우고 노사관계의 훈풍을 가져온다면 평창올림픽은 화합의 잔치가 된다”

‘수적천석(水滴穿石)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물방울이 수도 없이 떨어지면 돌을 뚫는다’는 것으로, 정성을 들이고 노력을 거듭해 목표를 이뤄낸다는 말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마침내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는 평창으로 결정됐다.

처음 보는 장면인 것 같다. 한국의 IOC위원은 끝내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원래 표정의 변화가 없고 말수도 적은데다 어눌해서, 감정의 기복에 따라 나오는 눈물을 그가 흘리리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적은 듯 싶다. 그러다보니 그가 눈물을 보였다는 것이 뜻밖이라면 뜻밖이다. 삼성전자 회장인 이건희 IOC위원이다.

물론 언론에서는, 삼성전자의 분석과는 달리 사면복권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는 의미의 눈물이었다는 해석이 더 많았다.

유치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노력도 수적천석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지난 2년간 지구 8바퀴가 넘는 34만8455㎞를 돌았다. 유치 뒤 귀국행사에서 그는 “평창의 승리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감격어린 어조로 단언했다.

스키점프는 ‘스키경기의 꽃’으로 불린다. 도약대에서 시속 80~90킬로미터의 속도로 활강 비상하는 모습이 화려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스키점프의 도약대는 아파트 20층 높이의 58m이다. 스키점프는 이 인공점프대에서 급경사면을 따라 미끌어 내려오다가 날아간다.

부산 봉래동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제85호 타워크레인은 높이가 아파트 15층 정도인 35m이다. 이 높은 곳에는 11일 현재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김진숙(51·여) 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87일째 고공 농성시위를 하고 있다. 스키점프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비상을 뽐내지만 타워크레인의 고공 시위는 외롭고 처절하고 고통스럽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 6월 24일 예고없이 서울 서초동 삼성 집무실에 출근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갑작스런 출근은 전날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이숙영씨 등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이에 대한 대책을 숙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삼성은 백혈병과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은 무관하고, 발병환자 역시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태도를 취해왔다.

올림픽은 화합의 잔치이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은 성공적이었으며 한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대회였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은 한국 민주화의 진전으로 자부심을 가진 국민의 화합 속에서 나왔다. 자원봉사자의 대거 참여와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가 그 근거이다. 바로 사회통합이 이뤄진 상태에서 대회가 치뤄짐으로써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평창올림픽도 성공적 개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양극화된 현재의 한국 사회를 완화시켜야 하고 대립구도 속에서 대치되는 노사관계의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 한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담보하기 힘들다. 사회통합의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한쪽에서는 나와는 상관없는 돈 많이 들어가는 체육행사일 뿐이다.

‘삼성이 하면 표준이 된다’는 광고카피가 있다. 처음 이 광고문귀를 접하고 매우 놀랄 적이 있다. 그 자신감과 당당함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경제권력의 오만함이 느껴져 두렵기조차 했다. 이제 삼성이 글로벌한 기업에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삼성의 행위는 경제 뿐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표준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정말로 사회규범을 규정하는 ‘표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희 회장의 말과 행동이 그 규범을 세우는 표준이 됐으면 한다.

이건희 회장이 더반에서 흘린 눈물의 의미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은 여성 노동자들의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의 눈물을 보인다면 ‘더반의 눈물’이상의 의미가 있다. 산업재해와 노사관계에서 새로운 규범을 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새로운 표준의 구축이다.

글로벌한 국내 최대의 기업 회장이 노동자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면 국내의 다른 사업장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날 것임에 틀림없다. 유치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동생이 대표인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만이라도 갔다오는 일말의 ‘수적천석의 자세’를 보인다면, 한국사회의 화합, 사회통합, 나라의 품격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은 이미 시작됐다고 확신할 수 있다.

/손규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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