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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원정대 ‘발자취’ 찾는 성묘

‘직지루트’ 실종된 대원 넋 기려…안나푸르나 추모 등정
박연수 대장, “소주 한 잔과 못다 한 이야기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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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9.09 19:42
  • 기자명 By. 신동렬 기자

“이제 우리 더 이상 슬퍼하지 않고 웃으면서 생활하려고. 너희가 남긴 개척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지”

충북 산악구조대원으로 구성된 ‘직지원정대’ 박연수(49) 대장의 올해 추석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5년 전 이맘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고 민준영(당시 36)·박종성(당시 42) 대원의 발자취를 찾아 나서는 ‘특별한 성묘’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희망을 찾아 떠나는 직지원정대’라고 명명한 원정대는 총 14일간의 일정으로 오는 13일 출국했다 이달 26일 귀국한다. 이번 추석(19일) 연휴를 오롯이 안나푸르나에서 보내게 된다.

원정대에는 박 대장을 비롯해 산악구조대 대원, 유족, 동료 산악인 등 총 17명이 참여한다.

2009년 9월 25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등정 뒤 등반코스를 ‘직지루트’로 명명할 계획을 갖고 출정했던 고 민·박 대원은 그날 오전 8시30분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실종됐다.

원정대는 10여일 간 헬기와 전문 등반가를 동원해 이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으나 끝내 찾지 못했다.

박 대장은 “두 대원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알파인 방식을 고집했던 진정한 산악인이었다”며 “그런 그들을 설산에 두고 와야 했던 당시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사고 발생 1년 뒤 박 대장은 원정대 대원과 유족, 시민 등과 함께 추모사절단을 꾸리고 안나푸르나를 찾아 두 대원의 추모비를 설치하고 돌아왔다.

그로부터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번 ‘특별한 성묘’가 더 애틋하고 설렐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 대장은 “이제 곧 명절인데 외롭게 안나푸르나를 지키고 있을 두 친구에게 안부도 전하고, 소주 한 잔 따라 주고싶어 원정을 기획했다”면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오려 한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원정대를 꾸릴 수 있었던 데에는 충북 청원군 오송의 화장품 업체 ‘파이온텍’ 김태곤 대표의 도움이 컸다.

올해 초 히말라야 봉사활동을 함께 한 김 대표는 자발적으로 원정대에 2천만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지원했다.

원정대는 우선 안나푸르나에 도착하면 고 민·박 대원의 추모비 정비에 나설 예정이다.

현지의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추모비 유실이 우려돼 부득이하게 자리를 옮겨야 하는 탓이다.

이어 추석을 맞아 차례와 라마제(산에 오르겠다는 신고와 안전 등반을 기원하는 티벳 불교의 전통 의식)를 통해 두 대원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흔적을 다시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박 대장은 “히말라야의 신이 된 두 친구가 그 자리에 있기에 우리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신동렬기자 0114667220@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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