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들에게 직업 교육을 해주는 대전의 한 장애인 작업장이 보금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작업장이 위치한 대전 동구 낭월동 한 건물 소유주의 변경으로 이달 말까지 작업장을 비워줘야 하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대전시와 대전척수장애인협회에 따르면 대전 중부재활 작업장은 중증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직업훈련과 사회적응훈련을 제공해 일할 수 있는 장애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난 2011년 2월 문을 열었다.
사업의 취지를 전해 들은 한 사업가가 장애인들을 위해 자신의 건물 1층을 무상으로 임대해 줬기에 쉽게 작업장 문을 열 수 있었다.
20∼50대 중증장애인 7명으로 시작한 작업장이 현재는 16명이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사회 훈련을 하고 있고, 직원과 자원봉사자까지 가세해 어느 곳보다 훈훈한 정이 넘치는 곳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향학열로 이어져 일부 장애인들은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지적장애 3급인 한 장애인이 벤처기업에 취업할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최근 무상으로 작업장을 빌려줬던 사업가가 자금난을 겪기 시작하면서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매각해 장애인들은 한순간에 일터이자 학교인 작업장을 잃게 됐다.
장애인 단체에서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은 월 100만원이 최고지만 이 금액으로 작업 공간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곳에서 3년간 일을 배우고 있는 김순아(28·지적장애 2급)씨는 "작업장이 문들 닫으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며 "꼭 일할 수 있게 해 달라. 계속 작업장에 나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애인 단체에서는 해당 자치단체인 대전 동구청에 사용하지 않는 빈 공공기관의 일부라도 임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한현택 동구청장 면담 등을 통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대안을 마련해 주지 않아 하루하루 건물을 비워야 하는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미정 중부장애인 재활작업장 원장 "중증장애인들의 재활 자립 의지를 무시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대전 동구청의 태도에 화가 난다"며 "작업장이 사라지게 됐으니 당분간 중증장애인들과 거리에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