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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반복되는 참사, 부실한 위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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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4.21 18: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구 성 모 기초과학연 홍보팀장

“새로 다듬어질 위기관리 매뉴얼은 향후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몸에

체화되어야 할 것이며 규칙과 규정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

얼마 전 국립세종도서관에서는 4월 19일로 예정된 과학체험 행사의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필자의 딸도 참가 의사를 밝혀 지난주 토요일 행사장에 도착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맨 뒤에 서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누구도 상황설명을 해주지 않았고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관계자에게 원인을 물어보니 지급해야 할 과학 교재가 모자란 상황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담당자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장의 줄은 행사장인 3층에서부터 1층 승강기 앞에까지 이어져 있었지만 수십 분이 지나도록 도서관의 어떤 직원도 설명을 해 주지 않았고, 자원봉사 학생들만이 분주하게 땀을 흘리며 정리하고 있었다. 특히 직원으로 보이는 몇 명은 내일이 아니라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잡담을 하고 있었다.

복도에서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줄을 서있는데 반해 교재를 나누어 주는 곳과 직원들이 모여 있던 준비실이라는 곳은 추울 정도로 시원하였고, 담당자마다 이 상황에 대한 답변이 모두 달랐다.

더욱이 프로그램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자 이외의 모든 인원을 대상으로 무질서하게 진행되어 사전 신청을 한 아이들이 실망하고 우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기대를 한 아이들의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현상일 지도 모른다. 안면도 해병대캠프,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에서 지난주의 세월호 참사까지 우리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가슴을 치고 통곡하지만 달라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법과 규칙을 가볍게 여기는 것도 모자라 지독한 안전 불감증에 걸려있는 이들의 부실한 관리 감독, 그리고 뒤따라오는 참혹한 결과를 언제까지 반복하며 지켜봐야 하는지 자괴감까지 밀려온다.

위기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발생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인가이다. 이번 참사와 경우 정부는 사고 즉시 범정부 차원에서 신속한 위기관리를 했어야 했다.

특히 현장상황 및 사고관련자 수사 그리고 향후 대책에 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또는 청와대 대변인이 매 시간 단위로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공식브리핑을 했어야 했다.

또한 언론 취재 풀(pool)을 구성하여 원활한 취재를 가능하게 했어야 하며 언론 또한 보다 신중하게 보도했어야 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있었더라면 가족들과 국민들이 지금처럼 정부와 언론을 불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진도체육관에 모여 계신 사고관련 가족들에게는 어떠한 배려도 찾아 볼 수 없다. 대규모 사고가 있을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지금 진도체육관 상황을 보면 사생활 보호가 전혀 되지 않는 채 바닥에 깔개를 깔고 담요 정도를 나누어 주는 정도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하루 이틀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벌써 사고 발 생 6일째인데 체육관의 모습은 마치 6.25 전란 당시 피난민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ばんしげる)가 디자인한 '임시 거주시설'이나 캐나다 임시거주시설 '소프트쉘터'(softshelter)를 참고하여 대형 참사 시 대피(임시거주)시설을 마련하자는 제안은 너무 이상적인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 참사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아마도 정부에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강조할 것이고 강력한 지시가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처럼 다가올 여름 월드컵이 지나가면 이번 참사의 기억은 흐릿해지고 위기관리 매뉴얼도 각자의 책상 서랍 속으로 들어갈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1993년 10월 전북 부안 격포 앞바다에서 사망자 292명을 낸 서해훼리호 침몰 사건까지 끔직한 대형 참사를 반복적으로 경험했었고, 매번 유사한 방식의 안일한 대응으로 끝냈던 것도 현실이다.

이번에 다듬어질 매뉴얼은 향후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몸에 체화되어야 할 것이며 규칙과 규정은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정비와 발 맞추어 생명이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이라는 인간존중의 인식을 체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정비 메뉴얼에 대해서도 정부는 고민할 시점이 되었다.

이번 참사는 단순한 여객선 침몰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참사이다. 이 나라가 왜 이토록 미안하고 씁쓸해하며 안타까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6일이 지난 오늘 기고를 마무리 하며, 시신 수습 소식이 아니라 구조 소식이 들렸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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