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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선거 후진국형 선거범죄 속출

현금·선물 살포 등 주류 … 무더기 당선무효 우려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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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4.19 19:07
  • 기자명 By. 정완영 기자

지난달 11일 치러진 전국동시 조합장선거는 예상대로 후진국형 범죄로 점철된 부정부패 덩어리였다. 금품수수, 불법선거운동, 개인정보 무단 사용 등 숨겨졌던 각종 부패 사례가 줄줄이 드러나고 제도상의 문제점마저 그대로 노출, 향후 조합장 선거에 대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선거사범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의 불법행위를 단속한 결과, 모두 929명을 검거해 이 중 13명을 구속하고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금까지 적발된 범죄 유형은 돈이나 선물을 살포하는 게 주류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치러진 조합장 선거와 관련, 41건의 위법행위로 54명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12명이 불구속 입건되고 7명은 이미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여기에는 조합장 당선인 2명도 포함됐다. 나머지 5명은 보완 수사 대상이다.

옥천경찰서는 옥천 모 농협 조합장 A씨를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조합장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 말 관광에 나선 마을 친목계 회원들에게 10만원의 찬조금을 제공했다.

충주경찰서는 지난 2월 말께 초등학교 동문회 인터넷 카페에 자신의 사진과 인사말을 게재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합장 당선인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려고 금품을 돌린 사례도 적잖았다.

충북지방경찰청은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 3명에게 70만원을 돌려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조합장 당선자도 그의 불법 선거운동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경찰은 수사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의혹이 있는 조합장 당선인 10명도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어 사법처리 대상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주지방검찰청 역시 조합장 당선인 등 3명을 수사하고 있다.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금품 제공 혐의로 고발한 인물들이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과정에서 수백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태안군 조합장 당선자 김 모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태안군 또다른 농협 조합장 후보자 이 모씨를 불구속했다. 김 씨는 조합원 2명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각각 100원과 200만원의 돈을 건네줬다.

대전지방경찰청은 당시 조합장으로서 조합원에게 2014년 1월부터 12월까지 농협 목욕권 120매 시가 48만원 상당의 무료이용권을 줬던 농협 조합장선거 출마한 E씨를 지난달 31일 불구속 입건했다.

조합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돈이든 봉투를 건네려다 미수에 그쳐 금전 제공 의사표시 혐의로 조합장에 출마한 후보자 F씨와 및 운동원 G씨 등을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는 조합장 선거 당선인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조합장직을 잃게 된다. 이번 선거 사범의 공소 시효가 9월 11일까지여서 경찰의 수사가 확대될 경우 불법 타락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운동 방식에도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공정성에 기초해 사상 처음 선관위 위탁관리 하에 치러지면서 종전보다는 투명성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철저하게 조합선거법에 기초해 치러지면서 결국 신진 인사의 진입을 가로막고 현직에게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선거였다는 점이 가장 크게 지적되고 있다.

선거운동 방법 역시 예비등록제 없이 단 13일의 선거운동기간만 허용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자들이 이름과 얼굴을 알릴 기회나 방법이 없었으며, 대도시 조합에서는 조합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현직 조합장의 경우 사업계획에 따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선물 등을 제공하거나 조합원 만남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해왔던 것이나 마찬가지로 새로운 조합장 도전자들에게는 사실상 넘을 수 없는 기득권의 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현직 조합장들은 직권을 이용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자유롭게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자들은 전화번호조차 제공되지 않으면서 공정경쟁 자체가 사전에 차단됐다는 불만이 컸다.

이번 전국 첫 동시 조합장 선거를 지켜 본 한 대전의 조합원은 “농업인들의 빈곤한 처지를 노려 표를 매수하기도 하고 물품을 주면서 선거운동을 하는가 하면, 농민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며 청렴·투명 선거를 다짐한 후보자들의 공약은 모두가 ‘빈말’이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정완영기자 waneyoung@dailycc.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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