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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의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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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11.16 20:14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새 정부들어 최대 규모로 이뤄진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토끼몰이식’ 소탕작전이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공단 등에서 실시됐다. 이날 단속에는 출입국본부 직원, 경찰 등 280여명이 합동으로 단속 대상지를 급습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100여명을 붙잡았다.

합동단속반은 단속 대상지역을 에워싸고 이들의 도주로를 막은 뒤 작업장과 기숙사 등에 머물고 있는 불법체류자를 샅샅이 뒤져 여권을 확인한 뒤 불법체류 외국인을 가려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단속반은 잠긴 기숙사 문을 공구를 이용해 연 뒤 들어가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단속반이 들어닥치자 공포에 질린 외국인 근로자들은 토끼몰이식 소탕전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공장의 담을 뛰어 넘던 불법체류자가 바닥으로 떨어져 골절상을 입는 등 5명이 크게 다치기도 했다. 이날 단속에서 붙잡힌 불법체류자는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져 불법체류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강제 출국될 딱한 신세가 됐다.

합동단속이 실시된 마석공단은 700여명, 청산농장에는 200여명의 불법체류자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법무부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법질서 준수 차원에서 년말까지 2차례에 걸쳐 단속을 강화할 전망이여 불법체류자에게는 불안스런 하루하루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이들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국 땅인 한국을 찾아 왔으나 마음의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국 생활은 너 나 할것 없이 견디기 어려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 달도 안된 일이지만 서울 강남 한 고시원에서 30대 무직자의 흉기난동 사건도 그러하다.

사건이 발생한 고시방에는 고시생은 단 한사람도 없고 근처 영동시장에서 일하는 재중동포 여성노동자들이 값싼 투숙비 때문에 머물고 있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대부분의 투숙객들은 타국인 한국에 까지 와 단 한 푼이라도 아껴 돈을 벌려고 고시원으로 들어온 것이 인생의 마지막 길 일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불법체류 외국인들 가운데 남자는 공장 등에 취업해 일하고 있으나 특별한 기술을 갖지 못한 여자들은 대부분 식당 종업원, 가정부, 간병인, 모텔 청소부 등 내국인이 꺼려하는 3D 업종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게다가 불법체류자는 자신의 신분을 숨겨가면서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꼬박 일해야 고작 월급으로 200만 원도 채 안 되게 받고 있다.

더구나 식당 일자리를 얻을 경우는 월 120만~150만 원을 손에 지어질 정도로 그친다. 이들은 적은 돈으로 중국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자신 또한 한국에서 먹고 살고 있다. 그리고 처음 몇 달간은 한국에 입국할 때 소개비 조로 지불한 600만~700만 원 정도를 갚느라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한국 생활이 고달프기 그지 없다.

이렇게 아끼며 생활하고 있지만 그들은 가난의 그늘 아래서 인간으로써의 대접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 더욱 서글픈 삶을 살고 있다. 얼굴 생김새가 비슷하거나 피부색이 같은 중국동포들은 그나마 나은 편인지도 모른다. 이들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피부색이 다른 베트남, 태국,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은 더욱 한숨스럽다.

이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낯선 땅에 와 3D 현장을 책임지며 우리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나 차별의 벽이 가로 놓여 있다. 특히 ‘순혈주의’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피부색이 짙은 외국인들이 뿌리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이 한국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게되도 그 자식들의 피부색과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이중 차별의 벽에 부딛쳐 고통 속에서 헤멘다.

이런 외국인 노동자들 중 가장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불법 체류자들이다. 어떤 이유에서 법을 어겨가며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이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도 월급을 떼이는 경우도 적지 않고, 부상을 당해도 신고 할까봐 병원조차 가지 못한다.

또 악덕 기업주를 만나면 직접적인 폭력이나 성폭력까지 노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속 시원히 항의 한 번 못해보고 속으로만 끙끙 삭여야만 하는 안타까운 사연은 듣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글로벌시대에 우리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우리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열린 마음의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2만여 명의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법무부는 집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불법체류 외국인이 단순한 돈벌기 체류에서 벗어나 외국인 노조를 결성하고 있는하 하면 체류합법화를 요구하고 심지어 이라크 파병 반대 등 정치적 집회에까지 참여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법무부는 연말까지 20만 명으로 불법체류자를 우선 줄이고 2012년까지는 강력한 단속을 실시, 감소시킬 방침을 세우고 근절 대책에 고심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임 명 섭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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