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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해수욕장&신두리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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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15 19:00
  • 기자명 By. 안순택·이성엽 기자

학이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과 닮았다 하여 ‘학암’이라 부른다.

학의 고고함을 닮아서인지 바다는 동해안을 닮은 푸른 빛을 지녔다.

푸른 파도와 하얀 포말이 말을 걸어오는 학암포로 떠나보자.

 

[충청신문=대전] 안순택 기자 = ‘서해의 땅끝 마을’ 바다가 시작되는 곳, 학암포 해수욕장

땅 끝 하면 사람들은 전남 해남의 ‘땅끝 마을’을 떠올린다. 남북으로 길게, 두 발을 딛고 일어서서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모양의 한반도 특성상 동쪽이나 서쪽보다야 남쪽 끝이 땅 끝이란 감흥이 진하긴 하다. 하지만 서쪽에도 ‘땅끝 마을’이 있다. 이 땅의 노을, 저녁을 배웅하는 마을이다. 태안읍에서 603번 지방도를 타고 끝까지 간다. 끝에서 만나는 마을, 만대 마을이다. 옛 이름이 ‘수억말’이니, ‘만 채의 집이 들어앉을’ 만대 마을이라 하지만 ‘수억슈퍼’ 앞에 세워진 표석은 다른 설명을 들려준다. 하도 멀어서 ‘가다가다 만 디’, 만대 마을이라는 거다. 포구의 방파제에 서면 서해바다가 320도로 장쾌하게 펼쳐진다. 땅 끝답다. 해남 ‘땅끝 마을’ 시비(詩碑)에는 ‘땅 끝에 왔습니다.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저녁 파도 소리에 동백꽃 집니다’라고 쓰여 있다. 만대마을 ‘땅끝’도 그렇다. ‘땅끝’, 끝이라는 단어엔 모든 게 다 끝났다는 비장감에, 모든 일을 다 끝냈다는 후련한 해방감도 묻어난다. 다시 또는 새로 시작한다는 다짐 같은 희망이 솟기도 한다. 땅 끝은 바다가 시작되는 곳, 돌아서면 육지가 시작되는 곳이 아니던가.

땅끝을 시작점으로 보면 이곳부터 해안선을 따라 태안의 36개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구지뽕나무가 많았다는 꾸지나무골을 시작으로 사목-음포가 차례로 이어지고 3㎞에 달하는 에버그린태안희망벽화가 그려져 있는 이원방조제를 지나면 절경의 해변이 눈앞에 펼쳐진다. 학암포 해수욕장이다. 포구와 해수욕장이 함께 있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기적의 바다, 자연의 위대함이 더해진 감동의 여행지

명물인 학바위를 중심으로 W자 형태로 백사장이 깔리고, 고운 모래가 해외 리조트의 프라이빗 비치 같은 ‘고급진’(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손미선 씨가 ‘바닷가 마을 100선’에 쓴 학암포의 소개를 들어보자. “서해안에서 푸른 파도와 청량한 바닷바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주저 없이 학암포를 꼽겠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학암포는 태안 서북쪽으로 끝까지 들어가야 나오는 아늑한 바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앞바다 한 가운데 눈길을 잡는 ‘학암’이 버티고 있다. 배를 타고 뒤로 돌아가서 보면 학이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과 닮았다 하여 ‘학암’이라 부른다. 학의 고고함을 닮아서인지 학암포의 바다는 마치 동해안을 연상시키는 푸른 바다를 지녔다.” 과거 이름은 분점포(盆店浦)였다.

질그릇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팔고 사느라 꽤 붐볐단다. 1968년 해수욕장을 열면서 학암포로 알려지게 된다. 학암포 해변은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아늑하고 대분점도와 소분점도의 기암괴석이 절묘하다. 조가비가 다닥다닥 엉겨 붙은 갯바위…, 갯마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발가락 사이로 고운 모래가 올라오는 느낌이 좋은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선갑도, 울도, 덕적도 등 덕적군도의 섬들이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섬들 사이로 지는 노을은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이다. 학암포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이유. 멋지게 꾸며진 오토캠핑장이 있기 때문이다. 기름에 바다가 뒤덮여 검은 기름만큼이나 짙은 절망에 빠진 태안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2010년 리모델링하고 오픈한 캠핑장이다. 태안이 자연의 위대함에 더해 기적의 여행지임을 일깨우는 곳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일궈낸 그 기적의 증거가 이곳에 있다. 깔끔한 캠핑환경과 전기, 수도시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용료도 저렴해 만족도가 높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 내 야영장 중 최고등급인 특급야영장(별표 4개)으로 선정했다. 인터넷으로만 예약을 받는다.

 

해변 바라길을 건너 구례포를 지나 신두리 사구해안까지

학암포는 태안반도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걷는 100㎞ ‘해변길’의 출발점이다. 그 첫 번째 구간, ‘바라길’을 걷는 맛을 놓칠 수 없다. ‘바라길’은 ‘아라’에서 유래된 말이다. 아라는 바다의 옛말이다. 방풍림과 바다의 조화가 아름다운 구례포를 지나 신두리 사구해안까지 이어진다. 바다와 사막 같은 사구와 만나고 숲 속을 고루 거치는 코스가 지루하지 않아 좋다. 12.2㎞, 5시간은 잡아야 한다. 학암포에서 갯바위를 넘으면 구례포 해변이다. 갯벌이 없어 물이 깨끗하고 독도 다음으로 공기가 맑단다. 구례포에선 소나무 숲을 걸어야 맛이다. 먼동 해변이 맞아준다.

KBS TV의 사극 ‘먼동’을 촬영했다 해서 ‘먼동 해변’이다.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면 큰 소나무가 그늘을 만들고 있는 아늑한 쉼터가 나온다. 쉼터 옆에 샘물이 있어 목을 축인다. 숲길로 올라가면 능파사다.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모재에 이르고 바닷바람이 타고 넘는 고개를 넘으면 드디어 신두리 사구다. 사구 해안으로 가기 전 사구센터에 들러 사구에 대해서 공부하고 가는 것도 좋겠다. 신두리 사구는 바람이 1만5000여 년 전부터 모래를 쌓아 빚은 세계 최대의 바닷가 모래언덕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해당화며 갯메꽃, 갯완두, 갯그령 등 이름도 생소한 갯마을 꽃들이 피고 진다.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 씨가 덩실덩실 춤을 추던 곳이 여기다. 이곳의 주인인 바람이 살랑살랑 춤으로 손님을 맞는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다. 일몰의 절정은 그 다음 순간에 온다. 뜨거운 해가 바다에 잠긴 직후 해면 위의 하늘이 점차 감청색으로 물들 때가 가장 아름답다. 오세영 시인이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이라고 노래한 감흥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걸어는 왔지만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다시 5시간을 걸어야 하나. 학암포의 일몰은 채운(彩雲)사이로 먼 섬들이 아롱지는 과정도 좋지만, 해가 진 다음의 고즈넉한 잔광이 부드럽고 따스하다. 그 노을을 봐야 하는데. 잘 되겠지. 태안은 기적의 땅이 아닌가.

 

함께 하면 좋다

■신두리사구 두웅습지 | 신두리 사구엔 습지도 있다. 1㎞쯤 떨어진 두웅습지다. 금빛을 띠는 금개구리의 서식지로 알려진 곳이니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찾아보자. ■이종일 선생 생가지·마애삼존불 | 태안은 어딜 가든 바다와 닿는 곳이면 어디든 해수욕장이요, 기암괴석의 해벽이다. 바다보다 옥파 이종일 선생 생가지,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상을 곁들이는 게 외려 별미일 듯싶다. 옥파 선생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분이며 독립선언문 인쇄와 배포를 맡았던 독립운동가다. 태안읍 백화산 중턱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애불상이다. 입가의 옅은 미소가 발군이다. 일반적으로 삼존불은 가운데 본존불을 두고 좌우에 협시보살을 두는데 이곳 마애불은 중앙의 보살이 상대적으로 작고 좌우 불상이 큼직한 1보살, 2여래의 파격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박속밀국낙지탕 | 태안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 학암포에 갔다면 박속이 시원한 박속밀국낙지탕이 그것이다. 이원면 원풍식당(041-672-5057)이 원조다. 만리포 쪽이라면 모항 포구에서 맛보는 우럭젓국이 시원하다.

 

 

학암포 가는길

당진-영덕고속국도를 타고 당진까지 간 다음 서해안고속국도로 갈아타고 서산IC에서 빠진다. 32번 국도를 타고 태안읍으로 들어온 뒤 634번 지방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학암포다. 반계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빠지면 신두리 해변이다. 태안군 문화관광과 (041) 670-2414.

 

글/안순택·이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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