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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버지의 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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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5.11 15:3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종 구 학부모뉴스24 편집국장
5월이다.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입양의날, 스승의날, 가정의날, 부부의 날 등 가족에 관련된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봄을 지나고 푸르러진 산천이 희망과 포근함을 주기에 더욱 가정을 생각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정의 기둥은 아버지, 어머니이다. 그래서 부모에 대한 은혜를 생각하자는 어버이날이 있다. 그러나 그 원천을 보면 미국에서 시작 된 5월 둘째 일요일의 어머니날을 받아들여 우리도  1956년에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하여 기념해오다가 1973년 3월 30일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공포되면서 1974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되고 휴일로 됐다. 이로 인해 아버지들도 좀 대우를 받은 듯하다.
 
며칠 전, 서재를 정리하다 우연히 20여년 전 군에 간 큰 애가 훈련소에서 보낸 편지를 보았다. ‘…각진 돌들이 구르는 연병장에서 각개 전투 훈련을 할 때 아버님을 제일 많이 떠올렸습니다. 양 팔꿈치에 피가 나고, 얼굴을 흙바닥에 처박았을 때, “전진”하는 조교의 구령에 “아버지의 이름”이란 무언의 함성으로 누구보다도 빨리 목표지점으로 기어갔습니다. 고통도 없었습니다. 전 아버지의 자랑스런 아들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야간 산악 행군에서 목이 마르고 다리는 멋대로 풀렸지만 저를 지탱해 준 것은 아버지의 목소리였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야간 산악 행군을 마쳤습니다.…’
 
훈련을 받는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 고통 속에서 아버지를 되뇌며 참고 견뎠다는 아들에게 과연 나는 정말 그렇게 아들에게 힘이 되어 준 아버지인가 생각해 본다, 
 
아버지, 아버지라는 말은 힘이었다. 어머니 말을 듣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말하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기가 죽곤 했다. 어렵고 무거운 것은 아버지 몫이었고, 그 일을 해내는 아버지는 힘(power) 그 자체였다. 아버지라는 무언의 힘은 가정을 지탱하는 질서의 근간이었다. 50년대 우리 아버지들은 전쟁의 잿더미에 삶을 일구어 세웠다. 60년대는 경제 개발이라는 구호 아래 황무지를 일구었다. 70년대는 새마을 운동으로 잘 살아 보겠다고 밤낮없이 일했다. 80년대는 온 세계로 나가 수출의 역군이 되었다. 90년대는 세계 정상으로 발돋움하는 도야재가 되었으며 2000년대 이후, 우리 아버지들은 G20의 멤버가 되었다. 우리 아버지들은 당당한 힘이었다.
 
성경 마태복음 1장에는 예수의 가계가 나온다. 아버지들의 계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라고 기술되어 있다. 낳았다는 것이다. 송강 정철은 ‘아버님 날 나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라고 했다. 날 나으신 분은 아버지였다. 낳아 주었기에 자식에게 힘이 되었을까?
 
요즘 뉴스를 보면 아버지로서 서글퍼지는 소식이 몇 개 있다. 자식을 학대하고 심지어 죽여 파묻는 일들, 또 하나는 가족에게 대우 받지 못하는 아버지들. 왜 우리 아버지들이 이처럼 막다른 길로 접어들었을까? 부끄럽기도 하다. 노자는 ‘生之 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이라고 하여 낳았지만 소유하지 말고 기대지 말며 지배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 마음가짐이 덕이라고 했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거나 지배물로 생각하는 현실이기에 그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요즘, ‘삼식이’라는 말로 아버지들의 가치 하락되고 있는 듯하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일해 온 가시고기와 같았던 아버지들이 늙어 힘을 잃으니 그 값이 하락된 듯하다. 푸르른 5월, 이 가정의 달에 아버지들의 기를 살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父子慈孝의 가풍을 다시 세워 웃음과 사랑이 넘치는 훈훈한 가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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