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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이 매맞는 나라, 경찰서 부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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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06.27 15: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이자 최후의 보루다. 법집행의 일선에서 어느 기관보다 그 권위가 바로서야 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법집행 과정에서 행패를 당하고, 심지어 맞고 있다는 보도다. 어제만 해도 충청신문 사회면에는 경찰이 피습당한 기사 2건이 나란히 실렸다. 여러 명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싸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주먹을 휘두른 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그런데 조사해보니 고등학생들이었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는 하나 고등학생조차 경찰을 우습게 여기는 사회가 됐다는 게 개탄스럽고 참담하다.
 
이러니 파출소에 들어와 욕설은 물론 난동을 부리는 일이 예사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술에 취해 지구대를 찾아와 경찰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난동을 부린 30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맞은 경찰은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지만, 마음에 입은 상처는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른다.
 
지난해 피습, 교통사고, 안전사고 등으로 공무상 부상·순직(공상)으로 인정된 대전·충남 지역 경찰관의 수가 80(대전 41, 충남 39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전의 경우 피습부상 24명, 교통사고 5명, 안전사고 12명이었다. 가장 많은 피습부상 가운데 공무집행과정에서 피의자의 공격이 포함돼 있다. 얼마나 많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게 훨씬 많다는 게 경찰관들의 호소다. 사안이 경미해 지나치는 경우도 있지만 경찰이 폭행당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쉬쉬하고 넘어가는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이다.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해 시민들로부터 매를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법과 질서 유지의 상징인 경찰이 폭행을 당하는 나라를 법치(法治)국가라 할 수 있을까. 경찰관이 폭행을 당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나라라면 착하고 힘없는 시민은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절대다수 시민이 법의 보호를 받으며 스스로 법만 어기지 않는 한 거리를 활보할 수 있고, 발 뻗고 잘 수 있기 위해 막대한 세금으로 유지하는 것이 국가 공권력이다. 이런 공권력이 동네북 신세가 될 때 결국은 시민 각자가 치러야 할 직간접적 ‘안전유지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범인을 쫓거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경찰관이 곳곳에 있다. 박봉에도 묵묵히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경찰관이 대다수다. 이들을 고맙게 여기거나 격려하기는커녕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두들겨 패고 경찰서를 부순다면 우리 사회의 치안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법치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를 허무는 경찰 폭행 사건들은 사회질서 유지 차원에서라도 엄히 처벌해야 한다.
 
경찰관에 대한 폭행을 근절하려면 무관용과 필벌 원칙이 시행돼야 한다. 신체적·정신적 피해 당사자인 경찰은 본연의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고 직업에 대한 자긍심도 잃게 마련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법과 질서를 지키는 공권력의 보루라는 구호만 가지고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경찰이 권위는 시민의 신뢰에서 나오고, 시민에게 군림하는 고압적인 자세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이 시민의 사랑과 존경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는 거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법을 어기고 공동체의 질서까지 파괴하는 위법을 눈감아서는 안 된다. 공무집행 중인 경찰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파출소에 들어와 기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리는 걸 놔두는 것은 시민을 위한 일이 아니다. 그런 이들에게 법집행이 엄정하고, 추상같아야 시민이 편안하다. 법과 질서가 대한민국이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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