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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통령 때문에‘여성’이 비하돼서는 안 된다

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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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1.13 15:3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구 미 경 대전시의회 의원
[충청신문=구미경 대전시의회 의원]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가 통째로 들썩이고 있다. 실상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대학’ 사건부터 시작돼 불거진 최순실게이트 사건은 정계뿐만 아니라 경제, 종교적인 문제까지 가세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고구마줄기 엮이듯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원흉이 되는 사람들을 잡아넣어야 할 검찰은 국민의 편이 아니었고, 대통령은 하야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것이 과연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정말 통탄할 일이다.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여러 논란 중에서도 내 관심을 끈 것은 다름아닌 여성비하적인 측면이다. 과거 정치 경제적으로 논란을 일으켜왔던 인사들은 하고 많았다. 그런데 하필, 여성 대통령을 조종하고 있던 여성 비선실세와 그의 딸이 논란이 된 지금에 와서야 여성 리더에 대한 자질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는지, 성별이 여성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받아 대통령이 되었는지. 그녀가 유독 여성 친화적인 공약을 펼쳐서 대통령이 되었는지는 다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길 바란다. 헌데 이제 와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실정이 여자라는 이유로 ‘여자는 이래서 안 된다’는 등 여성 리더의 자질에 대해 평하는 의견이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실패한 남성 리더들은 실패한 여성 리더들보다 숱하게 많다. 물론 남자 리더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았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남성 리더의 실패에 대해서 ‘남자는 이래서 안 된다’, ‘그의 실패는 남성의 실패다’라는 식으로 남성을 일반화해 몰아가지는 않는다. 이제 와서 박근혜 대통령의 여성성이 강조되고 최순실은 아줌마라는 단어로 비하되어 코미디프로에서 조롱받으며 딸인 정유라는 남초커뮤니티에서 외모에 대한 평가를 당한다. 이들은 한 국가를 우롱하였기에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추가적으로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의견은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여성대통령의 실패를 보았기 때문에 트럼프를 뽑은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진대.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기독교 중심주의, 자민족 중심주의, 남성중심주의, 백인우월주의, 이성애중심주의, 자본중심주의 등의 지독한 이기주의를 내세워 똑같이 자기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표로 당선된 트럼프의 밑에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마어마한 정치경력을 가진 힐러리가 위치해야 하는 것인가. 그렇게 맘껏 ‘혐오할 권리’를 얻은 미국에서 지금 자행되고 있는 혐오범죄들을 보고도 ‘여성리더는 실패’ 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 있는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여성 리더가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남성 리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이기 때문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섣부른 판단은 대한민국의 절반인 여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과거, 여성의 가치를 가사노동과 양육, 성적 대상화된 여성성에만 한정하여 꼼꼼하고 가정적이고 예민하고 외모치장에 관심 갖는 것 등을 ‘여성성’이라 명명하던 시대는 갔다. 가야 한다. 보내줘야 한다. 
 
이렇게 여성성과 남성성을 육체적 차이 이상으로 갈라 구분해놓는 것은 남성들에게도 치명적이다. ‘너는 왜 그렇게 계집애같이 행동하냐’, ‘그건 여자애들이나 하는 일이다’ 등 개인의 특성과 호불호에 대해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구분지어 확정하는 것들이 그렇다. 여자라서 안 되는 것은 없다. 또한 남자라서 안 되는 것도 없다. 남성 개인의 실패를 남성 전체의 실패로 돌리는 일이 없듯, 여성 개인의 실패를 여성 전체의 실패로 돌리는 일 또한 없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실패한 여성 대통령’이라는 부른다. 지난 12일 시위에 참가한 100만 인파의 절반이 여성이다. 그들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깔끔한 퇴진을 통해 ‘실패한 여성 대통령’이 아닌 그냥 ‘실패한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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