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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5월 25일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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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6.04 16: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5월 25일 목요일, 여느 날과 같은 새로운 날이다. 출근하기 전에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챙겼다. 어제 자전거로 출근하며 한밭대교를 지나가다 유등천에서 백로를 발견했다. 거리가 멀어 일반 카메라로는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백조 모습을 담고 싶었다.

오전 7시 40분, 자전거 핸들에 딸린 시장바구니에 카메라를 넣고 페달을 밟았다. 월평동에 있는 집에서 오정동에 있는 학교까지 대략 4.3㎞이므로 자전거로 천천히 가도 20분이면 충분하다. 출근 시간에 한밭대로가 막혀 자동차로 25~30분 정도 소요되니 자전거가 오히려 더 빠른 셈이다.

녹음이 우거진 한밭대로를 지나 한밭대교 중간에 자전거를 세웠다.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백로 한 마리가 보였다. 빨리 찍고 출근하겠다는 생각에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그러다가 아주 우연히 백로가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다. 뜻밖의 횡재였다. 망원카메라를 갖고 오길 잘 했다며 자화자찬하고는 학교로 향했다.

8시부터 30분간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위해, 아침마다 세 군데에서 교통지도하시는 학부모님들께 감사 인사와 함께 교장실에서 원두커피를 드렸다. 8시 35분 쯤, 교통지도하신 학부모님의 자녀를 담임선생님께서 데리고 오셨다. 모두 함께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학부모님과 그 자녀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추후 인화까지 해서 보낸다.

8시 45분, 1교시에 4학년 학생들에게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예방교육을 해 주실 대전스마트쉼센터 소속의 강사님께서 방문하셨다. 9시 30분, 결재를 하던 중에, 2교시에 5학년 학생들에게 흡연예방교육을 해 주실 국제절제협회 대전지부 소속의 강사님을 맞이했다. 업무 담당자가 해당 학년 선생님들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는 행사이다.

10시,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베트남어 무료 강좌가 9번째 열린다며 참여하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우리 학교에 3개월 동안 파견오신 두 분의 베트남 선생님께서 학부모님들을 위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2시간씩 개설한 강좌이다. 몇 번 수업을 듣긴 했지만, 요즘은 마음과 달리 여유가 없다.

12시쯤, 동부교육지원청과 대전소비자연맹에서 나오신 분들이, 학교급식위생 안전관리기준 준수사항 22개 항목과 학교급식 지도 및 권장사항의 21개 항목에 대해 3시간에 걸쳐 점검했다며 인사차 들렀다. 흰죽을 상시 준비하여 몸이 불편한 학생들에게 대체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좋은 사례라며 전반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위생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오후 1시쯤, 수업을 마치신 선생님들께서 업무 협의나 복무 관계로 교장실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선생님들께서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 생활지도에 전념하셔야 하기에, 방과 후 시간이 되면 교장실도 그만큼 부산해진다. 교감선생님이나 행정실장님께서 전결하기도 하고, 결재 공문의 90% 이상이 대면하지 않고 결재가 이루어지지만, 그래도 가정통신문이나 기획안과 같이 민감한 문제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심정으로 협의하게 된다. 아무래도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탁상공론이 아닌 많은 이의 공감을 받는 아이디어가 탄생될 확률이 높다. 필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교무실과 행정실에 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 일환이다.

우리 학교가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주관하는 도농교류협력사업에 선정되어, 6월 17일 토요일에 실시하는 학생들의 농촌나들이에 대해 검토하다가, 생산물배상책임담보 보험이나 영업신고증 유무 여부는 행정실장의 도움을 받는다. 이어 학교운영위원회를 언제 개최할 것인가에 대해 교감선생님·교무부장님과 협의하여 학사 일정이 중복되지 않도록 한다. 교감선생님께서 가을에 열릴 교육감기 육상대회와 두드림학교 운영 방안에 대해 선생님들과 협의를 마쳤다며 보고하셨다.

오후 4시 30분, 공식적인 퇴근 시간이다. 시간이 없어 미처 열어보지 못한 공문을 이제야 열어본다. 주요 내용이나 일정은 업무수첩에 적고 밑줄까지 그어둔다. 5시 조금 넘어 누군가 교장실 문을 두드린다. 축구 감독님이다. 우리 학교의 운동장이 흙으로 조성되어 있다 보니,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외부에 있는 잔디구장에서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해 다녀오고 있다.

축구부 선수들이 매주 4회에 걸쳐 오후 5시 30분부터 열리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기 위해 귀교했다고 했다. 하던 일들을 마무리 하고 교무실에 들렀다. 축구부 선수들이 먹을 저녁 식사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자전거로 학교를 한 바퀴 휙 둘러보았다. 평범하고도 분주했던 초등학교 교장의 하루는 그렇게 끝났다.

박종용 대전화정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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