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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블라인드 채용·지역인재 할당제, 지속 가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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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07.10 16:0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지방대 출신’은 ‘주홍글씨’였다. 능력을 펼쳐 볼 기회는커녕 아예 서류전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지여인’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지방대, 여성, 인문계는 서류부터 빠르게 탈락하는 ‘광탈’ 대상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전면 도입하기로 한 ‘블라인드 채용’에 거는 가장 큰 기대가 이것이다. ‘지여인’에게도 취업의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질 거라는 기대다.
 
앞으로 공공기관 및 공기업 입사 지원서에는 출신지와 졸업대학, 학점, 전공, 사진, 가족관계, 신체조건 등을 묻는 항목이 없어진다. 또 면접 때도 지원자의 인적 사항 정보는 심사위원들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아무런 편견 없이 직무에 적합한 능력을 가졌는가만을 기준으로 인재를 뽑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선발방식이다.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은 이달부터, 지방공기업은 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이런저런 차별과 편견 때문에 사회 진출에 애로를 겪는다면 당사자로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 취업시장에서 학력과 학벌 등이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한 ‘인맥 챙기기’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학벌, 나이, 신체조건 등에 취업용 등급이 따로 있을 순 없다. 토를 달 수 없는 사회 정의임에도 지금껏 우리 사회는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이중적 잣대였다.
 
‘블라인드 채용’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역 차별과 학벌, 학력, 외모지상주의를 극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이는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을 해소해 고사 위기에 있는 지방대를 살리는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채용기관은 지원자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만 알 수 있어 누가 적임자인지를 평가할 기준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공과 학점 등이 기재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편에서는 개인 노력으로 성취한 명문대 진학을 무조건 숨기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이란 불만도 터져 나온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공공기관보다 더 필요한 민간기업이 정부가 내놓은 블라인드 채용을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하려면 준비가 탄탄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제도 시행이 확정된 만큼 향후 운영 과정에서 불합리한 사안들을 취합해 개선점을 찾아야 하겠다. 또 블라인드 채용 법제화 역시 경제계 등 사회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업에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나이, 성별, 학력과 사진을 넣지 않은 ‘표준이력서’를 만들어 보급한 것이 2007년이다. 하지만 표준이력서를 도입하는 기업은 거의 없고, 공공기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공공부문에서 조차 차별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데 민간기업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실력 있고 열정 있는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말이 실제 공공부문 채용에서 증명돼야 한다. 그러려면 현실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 표준이력서 수준의 행정이 아니라 정부의 세심하고도 끈질긴 노력이 절실하다. 이력서는 물론 면접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차별 요소를 없애나가야 한다. 채용방안을 각 기관에 내맡기지 말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설계해 민간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사실 ‘지역 공공기관 지역 인재 30% 할당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두 제도가 정상적으로 시행되면 지역 인재들에 대한 공공기관 취업의 문턱이 낮아질 것은 분명하다. 공공기관에 지역인재 채용을 늘리는 정책 방향은 옳다. 지역을 살리는 이 제도들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정책이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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