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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 방심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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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11.27 15:48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북과 충남 지역 철새 도래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철새가 날아오는 시기인 만큼 우려했던 AI 발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농가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환경부 환경과학원은 서산 잠홍저수지, 당진 석문간척지, 청주 무심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25일 농식품부에 통보했다. 잠홍 저수지와 무심천에서는 H5형이, 당진 석문간척지에서는 H7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고병원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고병원성 AI 바이러스는 모두 H5형 또는 H7형이라는 점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
 
농식품부는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검출지점 중심 반경 10km 지역을 ‘야생조수류 예찰지역’으로 설정해 3주 동안 해당 지역의 가금 및 사육조류는 이동 통제와 소독을 하도록 했다. 반경 10km 이내 가금사육 농가에 대해서는 정밀검사를 하고 있다. AI는 ‘방심’이라는 그물코 사이로 빠져나가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충북도, 충남도와 정부당국의 방역대책이 빈틈없고 철저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AI는 방심이 키운다. 이번에 AI가 처음으로 발견된 고창군 농가만 봐도 그렇다. 이 농가는 축사 시설이 노후화돼 비닐이 찢겨 있고, 야생조류 분변이 축사 지붕에서 여럿 확인됐다.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대기업 계열 ‘참프레’ 농가라고 한다. ‘국내의 열악한 사육환경과 생산시스템을 개선하여 업계의 선도기업으로 소비자의 안전을 지켜왔다’고 홈페이지에서 자랑하고 있어 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몇 년 새 고병원성 AI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AI는 전국 50개 시·군으로 번져 사상 최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닭·오리 등 가금류 3787만마리가 살처분됐고, 피해농가에 지급한 살처분 보상금만 3084억원에 달했다. 계란값 폭등 등 간접 피해도 컸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난해와 유사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는 11월 11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AI가 검출됐고, 닷새 뒤인 16일 전남과 충북의 가금류 농가에서 AI가 발생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올해도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항원이 잇달아 검출된 데 이어 지난해와 비슷한 시점에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 바이러스 유형도 전염성이 강하고 폐사율이 높은 H5N6형으로 똑같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방역당국의 대응이 지난해보다 신속해졌다는 점이다. 올해는 전북 고창의 농가에서 키우던 오리 1만2300마리를 살처분하면서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올렸다. 지난해에는 1783만여마리를 살처분한 뒤에야 ‘심각’으로 격상하는 뒷북을 쳤다. 지난해 AI가 재앙으로 커진 것은 방역당국이 초동대처에 실패하고 뒷북 대응으로 일관한 탓이 크다.
 
무엇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걱정된다. AI가 발생하면 가금류 농가에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고, 전국 주요 고속도로에는 통제초소가 설치된다. 올림픽 기간에는 80여개국의 선수와 취재진을 포함해 40여만명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AI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농가 피해는 물론이고 올림픽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AI의 초동진압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자치단체들이 매일 농가를 점검하고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농가까지 합심해 더 적극적 방역을 펼쳐야 한다. 사육 농민도 AI가 의심되면 주저 말고 바로 신고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방역의식으론 제 아무리 강력한 방역대책도 소용없다는 걸 엄청난 수업료를 치르고 배웠다. AI 방역의 최전선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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