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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직도 구시대의 상대 비하적 언어를 쓰는가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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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6.24 16: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단어는 꾸준히 생성되고 소멸된다. 신조어가 생겨나는 만큼 어떤 말은 사라져 간다. 소멸어의 경우, 순 한글 말인데 대중이 사용하지 않아 사라지고 마는 아쉬운 말도 더러는 있겠지만 대개는 사회상과 맞지 않아 사용하지 않으며 없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극적인 사회운동을 통해 소멸시켜야 하는 말도 있다.

‘장애자’라는 말이 ‘장애인’으로 바뀐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한 때 ‘장애우’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장애인’으로 정리됐다. ‘장애자’, ‘장애우’, ‘장애인’이 언뜻 들으면 별 차이가 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감의 차이가 크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으니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맞다.

내가 어렸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귀머거리, 소경, 봉사, 장님, 벙어리, 꼽추, 절름발이, 앉은뱅이 등의 말이 일상어로 사용됐다. 누구 하나 이런 용어의 사용에 대해 제지하지 않았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런 말들을 대신할 용어도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고, 그 것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회적 움직임도 없었다.

물론 지금도 위에서 나열한 용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회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국민의 의식이 크게 개선된 영향도 있을 것이고, 방송을 비롯한 각종 언론매체가 순화된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도 달리 대처할 말이 없어 옳지 않은 말인 줄 알면서도 그대로 사용하는 용어도 여전히 많다.

‘장애인’을 일컬어 ‘병신’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지적 장애인’에게는 ‘바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고, ‘정신지체’라는 말이 순화된 말인 줄 알고 사용하던 시설도 있다. 이제는 그런 말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것쯤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항상 조심해서 부지불식간에 누군가를 비하하는 용어가 내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절름발이’나 ‘앉은뱅이’ 등의 말은 ‘지체장애인’이라는 말로 대체해야 한다. ‘꼽추’라는 표현도 ‘척추장애인’이라는 말로 순화시켜야 한다. ‘벙어리’라는 말은 ‘언어장애인’으로, ‘귀머거리’라는 말은 ‘청각장애인’으로, ‘소경’ 또는 ‘봉사’, ‘장님’이라는 말은 ‘시각장애인’으로 각각 바꿔 사용해야 한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순화시켜야 할 말은 부지기수이다.

‘귀머거리,’ ‘소경’, ‘벙어리’ 등의 표현이 속담 속에서도 사용됐다는 것은 얼마나 오랜 세월 일반화됐던 말인지 짐작이 가게 한다. 속담에서 사용되는 말이라 하여 비속어가 아닌 용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철저한 비속어이고 상대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다. 분명 개선해야 하고 사회에서 추방시켜야 할 단어이다.

속담뿐 아니라 생활용품의 이름이나 별칭에서도 순화되지 못한 용어는 사용된다. 서천 소곡주를 마실 때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앉은뱅이술’이라는 별칭을 사용한다. 개별 손가락 구분 없이 엄지와 주먹으로 나뉜 장갑은 ‘엄지장갑’ 또는 ‘주먹장갑’으로 순화시켰지만 여전히 ‘벙어리장갑’이란 이름으로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아직 적절한 대체어를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미망인’이란 표현은 ‘죽은 남편을 따라 죽지 않고 아직 혼자 살아있는 여성’이란 뜻이 내포돼 있는 구시대적 용어이지만 아직 여전히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 반드시 대처할 언어가 생겨나야 한다. ‘언청이’란 용어는 ‘구순구개열’이라는 순화된 용어가 있지만 너무 어려워 사회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으니 쉬운 대체어 개발이 필요하다.

언어가 갖고 있는 많은 특성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사회성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가 사용하면 그렇게 흘러간다. 방송과 각종 매체의 힘으로 구시대적 언어가 순화된 언어로 교체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항상 언어를 사용할 때는 이 말이 과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인지 거듭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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