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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부끄럽게한 우리 성(性)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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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8.01 18: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남자로선 웃자고 던진 야한 농담이 상대방 여자에게는 남자가 측량할 수 없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여자로선 그냥 공손히 대했을 뿐인데 상대방 남자가 성적인 신호로 접수하고 엉뚱한 착각을 할 수도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대한민국은 성희롱 공화국’이란 생각이 든다.

이처럼 비슷한 유형의 성희롱 사건들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성범죄 발생이 많은 나라라는 국제경찰기구의 통계가 나와 충격을 준 적은 익히 알고 있다. 더구나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남성우월의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에 대한 사소한 성희롱은 지탄의 대상으로 여기지도 않았던 때가 있었다.

피해자인 여성들도 조용히 안으로 삭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던 시대가 엊그제 일 처럼 생각난다. 우리사회에서 그동안 눈감아 오던 성희롱이 이제는 사회적 관습과 전통적인 규범이나 문화로는 해결할 수 없는 시점에 왔다.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는 사라지고 지금은 여성들이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로 사회가 바꿔져 가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강용석 국회의원의 성희롱 파문은 그간 성희롱을 일삼아 오던 이들을 뜨끔하게 만들고 있다.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어찌 됐든 일련의 성희롱 파문이 전화위복이 돼 한국사회에 성희롱 막말이 곧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때를 맞춰 성(性)희롱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정계나 교육계 지도층 인사의 성(性)도덕 불감증이 더욱 문제다. 국회의원의 성희롱 파문 이후, 사회 곳곳에서 감춰졌던 성희롱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별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것도 변화된 사회분위기에 동승하면서 강력한 처벌에 끼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도 의정부시 한 초등학교 교장은 여교사에게 이런 말을해 파문을 일르켰다. “넌 내 옆에 앉아라. 내 무릎 위에는 아무나 못 앉는다”. 교장님의 말은 유흥주점의 접대부에게 한 말이 아니다. 문제의 교장은 상습적으로 여교사들의 외모를 갖고 막말을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교사들이 국민권익위원회와 여성가족부에 집단으로 진정을 했단 말인가? 진정서에 따르면 교장은 교직원 회식 자리에서 입술이 부르튼 한 여교사에게 “남편을 좋은 술집 보내라. 싸구려 아가씨가 있는 술집에 보내니깐 이상한 병 옮겨와서 입술이 그렇지”라고 했다고 한다.

또 서울의 한 호텔에선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원들의 이색 시위도 있었다. 이 호텔 대표가 여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다. 노조에 따르면 그는 실습하러 온 여대생에게 “그X 참 맛있게 생겼네”, 운동을 하는 여직원에겐 “이런 운동을 하면 젖통이 커지냐”고 말했다고 한다.

전북의 민주당출신 군수는 계약직 여직원에게 “누드 사진을 찍어보라”고 집요하게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해병대 대령이 부하 장병을 성폭행하는 일이 벌어져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 가슴을 졸이게 했다. 성희롱의 가해자는 대부분 중년 이상의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성희롱을 남성 우월주의 사회가 빚어낸 일종의 마초(macho) 문화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성희롱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인격권(人格權) 침해 범죄다. 때문에 직장여성(또는 남성)의 근로 의욕을 감퇴시키는 노동권(勞動權) 침해 범죄로도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도급 인사들에게는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자각이 없고 설혹 문제가 되어도 사소한 말실수나 술에 취해 일어난 해프닝 정도로 덮어버리려고 한다. 성희롱 사건은 조직의 최고책임자가 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 남성들이 주요 업무를 장악하고 음주(飮酒) 회식이 잦은 조직에서 자주 발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사례를 통해서도 교수, 교사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들춰지고 있다. 이제는 그냥 감춰지거나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했을지도 모를 일들까지 성희롱이란 테두리안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이제 성희롱 사건이 대부분이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신분적 우위에 있는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피해 여성들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피해 여성들은 수치심에 또는 힘이 없어서 남자들의 그런 행동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 성희롱 사건들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여권 신장의 결과이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인권침해로 보는 시각이 보편화되었다는 증거이다.

지금 뭇매를 맞고 있는 성희롱과 관련한 남자들은 반성보다는 어쩌면 ‘재수 없어 문제가 됐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삶의 철리(哲理)는 ‘성(性)’에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성(性)은 마음(心)과 탄생(生)의 조합이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본성은 선(善)한 것인가, 악(惡)한 것인가?. 인간의 본성 중에 무시할 수 없는 게 있으니 바로 성욕(性慾)일 것이다.

그렇기에 생식을 위한 활동(sex)에도 성(性)이 쓰인다. 이 성(性) 역시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 근원의 큰 뜻을 망각한 채 오로지 성(sex)으로만 성(性)을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닳기 바란다.

임명섭/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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