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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위장전입, 흔들리는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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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0.08.22 17: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소설 ‘즐거운 사라’로 인해 외설시비를 겪었던 마광수 교수는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 사회에 표현의 자유 문제를 아주 강렬하게, 그리고 뜨겁게 제기한 작가다. 그리고 미술교사 김인규씨는 부인과의 누드 사진을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르기도 하였다.

필자는 글이라는 것이 그리고 사진이라는 것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단이라면 그것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긍정의 방향으로 인정되고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광수 교수의 글과 김인규 교사의 사진이 음란함으로 가득하다면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 또한 음란이라는 단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글과 사진이라는 ‘수단’으로 표현하려 하는데 그것을 ‘음란하다’ 생각하는 당신은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오직 그들이 사용한 ‘수단적 도구’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고승은 달을 가리키는데 제자는 손가락만 보게 되는 경우와 같지 않은지. 물론 마광수 교수가 그리고 김인규 교사가 고승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필자가 뜬금없이 마광수 교수와 김인규 교사를 언급하는 까닭은 이들에 대한 판결문에서 언급된 ‘보편 타당한 인간의 정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표현 때문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이인복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접하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청문회라는 것이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관련분야의 비젼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것을 토의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청문회는 후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잘못(대부분 범법행위)을 시인함으로써 해당 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자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과연 위장전입 문제가 더 이상 낙마사유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부분을 따져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야당 국회의원의 인터뷰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생각하게 한다.

후보자가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의 범죄행위인 위장전입을 시인했음에도 임명에는 전혀 문제없다는 인식이 정말 슬픈 현실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운찬 총리도,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김준규 검찰총장도, 민일영 대법관도, 위장전입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임명되었던 전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위 공직자의 위장전입에 대한 너무도 당당한 태도가 마광수 교수와 김인규 교사의 판결문에서처럼 ‘보편 타당한 인간의 정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진정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면, 국가 존립의 근간이 되는 ‘법치주의’를 굳건히 확립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임석재/한국연구재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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