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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방제 수준 분권 국가’ 말뿐 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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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01 16:1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청와대가 비서실 조직을 개편하면서 지역 관련 비서관실을 통폐합했다. 지난 26일 지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내 두 자리뿐인 지역 관련 비서관을 결국 자치발전비서관 하나로 통폐합했다. 지방분권 정책의 후퇴를 알리는 전조인 듯해 우려가 매우 크다. 불과 1년여 전 청와대가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자치분권비서관과 균형발전비서관을 신설한다”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 주겠다”고 강조하던 때와는 너무도 달라 실망스럽다.

두 비서관실 기능이 중복되는 데다, 일자리 창출 역량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효율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 필요한 조직개편이라면 수긍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업무를 통합한 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두 기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며 조직·인원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지역의 시각과는 괴리가 크다. 자치분권은 권력과 기능을 배분하는 것이고, 균형발전은 인적·물적 자원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것으로, 같이 또 따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은 지방분권의 핵심을 이루는 양 날개다. 새 정부 청와대가 출범 때부터 이 부분에 역점을 두고 별도의 비서관실을 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균형발전비서관은 무려 7개월째 공석 상태다. 자치분권비서관실도 실무를 맡는 행정관 3명의 자리가 비어 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약속한 정권이라기엔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사실상의 방치다. 이래 놓고도 기능 중복 운운은 통폐합을 위한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문제의 심각성은 청와대 비서관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혁신도시 시즌2’만 하더라도 수도권 소재 122개 공공기관의 추가 지방 이전 없이 각 지역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 자칫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성장 위주의 정책은 또다시 숱한 공공기관 수도권 본사를 탄생시켰고, 이를 그대로 놔둔 채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건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재정분권을 실현하겠다며 출범한 ‘범정부 재정분권 TF(태스크포스)’ 역시 8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8대 2로 돼 있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으로 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정부 부처 간 이견으로 한 치의 진전도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줄곧 강한 지방분권 의지를 피력해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실상은 다짐과는 거꾸로 갔다. 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에 미흡하나마 지방분권 의지를 담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후 개헌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지방분권 개헌의 동력이 상당 부분 떨어진 것도 이해못할 바 아니다. 개헌에 반대한 야당 탓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토록 급속히 지방분권 의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야 결코 될 일이 아니다. 

가뜩이나 대통령 의지와는 달리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행정부 내에 지방분권 회의론자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마당이다. 이런 판국이니 청와대가 이번 통폐합을 단순한 조직개편일 뿐이라고 주장한들 설득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문 정부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대통령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을 추진해서 우리 삶을 바꾸겠다고 국민과 약속한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이제는 말이 아닌 구체적인 실행력으로 지방분권의 의지를 보여 주길 바란다. 지방분권은 ‘지역의 희망이자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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