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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책임 있는 소신행정을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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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8.02 17: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김상균다트기획 대표·전)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안되는 게 어디 있어~”라는 말을 비교적 자주 쓰는 편이다. “일은 되게 해야 한다”는 평소의 적극적인 신념을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길지 않은 기간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복합적인 느낌을 축약한 말이기도 하다. 공조직 행정의 복잡함과 중요함도 알고 공무원들이 겪는 어려움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조례와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원칙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자세이다. 필자는 비록 공무원 신분이었지만 전문직이었기에 행정직 공무원들과 부딪힘이 적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과 위치를 이해하며 설득한다면 안 되는 일은 거의 없다. 

2003년 대전예술의전당의 개관을 앞두고 개관준비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 해 8월, 개관하기 2개월여를 앞두고 조례와 규칙이 만들어졌고 총48명 정원의 시사업소 체계를 갖추었다. 12명의 순환직 일반 공무원과 공연기획과 홍보마케팅, 무대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36명의 전문직 공무원이 근무를 시작했다. 신생 조직의 공공공연장 전문직들이 행정 체계에 적응하는 것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어려움이 있었다.

특정의 세계적 성악가 콘서트를 개관기념공연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도 금액이 커서 입찰을 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고, 연출자의 의도대로 무대를 제작해야하는 오페라 무대 제작도 역시 입찰을 해야 한다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공연계 상식과 벗어나는 제약이 많았다.

계약을 진행하고 검수를 하는 일반직 공무원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지만, 공연장의 역할과 기능에는 전혀 맞지 않는 행정 절차에 더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여야했다. 홍보팀장이었던 필자는 너무도 화가 나서 일을 안 하겠다고 하며 급기야 기안지를 찢은 상태에서 결재판을 돌리는 극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초창기 조직의 일원으로 발령받은 일반직 공무원들의 업무 능력은 탁월했고 소신도 있었고 이해력도 높았다. 빠른 시간 안에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대화와 노력으로 기틀을 다져 갈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을 이해하는 데 촉매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팀장급의 한 일반직공무원이 조용히 대화를 요청했다. “김팀장님! 당신 같은 전문가들은 여기서 나가도 할 일이 있지만, 우리 같은 일반직들은 나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그리고 한 번 감사에 지적 받으면 일반인들이 수갑 차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진솔하고 일리 있게 들려오는 말이었다. 제도권 안에 있으면 지켜야할 절차와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후 모든 일을 그리할 수는 없었지만 제약이 따르는 업무의 접근 방식을 달리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다. 공연 업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감사 지적 가능성이 있다면 행정직 공무원들의 입장을 먼저 수용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1년 안에 조례와 규칙을 바꾸라는 것과 그 일은 행정직들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소 무리한 말이라는 것을 서로 알고 있었지만 기획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이해하는 공무원들이었기에 가능한 대화였다고 본다.

또 하나의 일화가 있다. 당시 계약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정말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다. 감사에 지적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연을 치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처리해야만 하는 결재서류를 들고 상의를 했다. 많은 대화 끝에 그 공무원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적받으면 감사관에게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설득이 안 되면 그까짓 거 한 장 쓰죠 뭐!” 소신껏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기꺼이 수갑을 차겠다는 뜻이었다. 다행히 그 건으로 감사에 지적받지도 않았고 그는 지금 사무관으로 여전히 소신을 다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감사 대상이 되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감사에 지적 받을 일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소신 행정을 펼치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필자는 그들을 “실력 있는 공무원”이라 부른다.

지난 번 이 지면을 통해 41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한 고위 공직자의 이임식에 참석했던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평소 유머러스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업무에 임했던 분이었기에 친분을 떠나 보직을 이임하는 자리에 참석하여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역시 평소 보아왔던 그 분의 성품대로 이임식은 경직되지 않고 의미와 재미가 있었다. 아주 편안하게 충청도 사투리가 짙은 말투로 이임사를 하며 후배 공무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 다시 한 번 소개한다. “내가 하는 일이 최선이냐. 시민들을 위한 보다 나은 다른 방법은 없는가를 늘 되뇌며 공직에 임하라”라는 말이었다. 시키는 일이니까, 나에게 주어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수동적인 자세보다 적극적으로 시민의 입장에서 결정하고 행정을 펼쳐야만 보람된 공직생활을 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일반직 공무원은 물론이고 전문직 공무원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책임 있는 소신 행정을 펼치는 데 주저하지 말라.

김상균 다트기획 대표·전)대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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