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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평양 정상회담, 문 대통령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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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09.17 16: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서해 직항로로 평양을 방문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서다. 이번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 의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과 상호 신뢰 구축 및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이다. 앞선 정상회담에서 심도 있게 논의된 사안이어서 이번 회담에서는 판문점선언에 비해 보다 진전된 ‘평양선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문제가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주춤하던 남북관계가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 남북관계 발전을 고리로 북미관계를 견인하겠다는 남북의 의지가 일치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 노력이 더 무거워졌다. 

북미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목표에 합의했으나 이후 석 달 간의 후속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직전에 취소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갑자기 얼어붙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새로운 협상 동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지켜보고자 한다. 종전선언 협상에 있어서도 진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난 특사단 방문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거듭 드러낸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남측 특사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조선반도에서 무력충돌 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들어내고 이 땅을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며 나의 의지”라고 말했다. 미국 조야에서 확산되고 있는 북한 비핵화 불신 여론에 제동을 거는 발언이어서 반갑기 이를 데 없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도 보인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실천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여 더욱 고무적이다. “풍계리(핵실험장)는 3분의 2가 완전히 붕괴돼 핵실험이 영구적으로 불가능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은 북한의 유일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실험장인데 이것은(폐쇄는) 향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의 완전 중지를 의미한다”는 발언을 통해 김 위원장은 ‘미래핵’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북한은 비핵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생산한 핵무기와 핵물질 등 ‘과거핵’을 시간표에 따라 폐기한 뒤 검증받는 일만 남은 셈이다.

관건은 실천이다.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 언어는 공허하다. 한때 순항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벽에 부딪힌 근본적 이유다.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확인시킬 수 있는 구체적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100%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수준의 핵 폐기 리스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선 비핵화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응한 보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북한이 바라는 대북 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나아가 평화협정으로 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어깨가 또 무겁게 됐다. 정상회담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결코 작지 않으나 정상회담으로 그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한 단계 향상시키는 동시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징검다리다. 어차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시작과 끝은 북·미의 몫이다. 지금 문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북미 양측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와 설득력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결과를 가지고 이달 마지막 주에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비핵화·체제보장 로드맵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확답을 꼭 이끌어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서막을 열어주길 당부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얻어내느냐에 그 명운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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