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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청의 긍지, 3·8 의거 국가기념일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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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05 16: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충청권 최초의 학생운동이자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된 대전 3·8 민주의거가 마침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3·8 민주의거 국가기념일 지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공포절차만 남았다. 비슷한 성격의 대구와 마산 민주의거가 일찌감치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걸 감안하면 늦었다. 시민의 열망을 바탕으로 뒤늦게 관철한 것인 만큼 3·8 민주의거를 재조명하고 평가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겠다.

대구에서 불씨를 당겼다면 대전에서 활활 타올랐고, 마산의거를 거쳐 독재를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고, 대전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기에 충분한 의거다. 대전시민들이 힘을 합친 결과다. 기념일 지정을 촉구하는 범시민추진위원회가 구성돼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3·8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기념일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 등 다채롭고 체계적인 활동이 결실을 거뒀다. 무려 12만명의 시민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할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충청신문은 ‘동로하선’을 통해 당시 상황을 그려냈다. “1960년 3월 8일. 대전고는 뒤숭숭했다. 시위가 있을 거란 전언이 돌았고 경찰은 학도호국단 간부들을 교장 사택에 연금했다. 오후, 상황이 급변했다. 일단의 학생이 담을 넘어 학교로 들어왔다. 호국단 간부들이었다. 곧바로 “학원을 정치도구화하지 마라”는 선언문이 발표됐다. 4·19 혁명의 기폭제가 된 3·8 의거가 불붙는 순간이었다. 학생 1000여 명이 학교 밖으로 뛰어나왔다. ‘학원민주화’를 외치는 시위는 한밭공설운동장을 향했다. 장면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유세가 있는 곳이었다.

경찰의 저지는 완강했다. 스크럼을 짠 학생들 사이로 백차(경찰차)를 밀어붙였다. 카빈총 개머리판에 얻어맞고 목덜미를 잡혀 연행된 학생이 부지기수였다. 이날 의거는 대전고를 비롯해 대전상고, 대전공고, 보문고, 사범학교, 대전여고, 서대전여고, 호수돈여고 등이 함께 벌이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정보가 새어 YMCA 회동이 무산되면서 대전고 단독 시위가 됐다. 이틀 뒤인 10일에는 대전상고 학생 600여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는 등 시위의 불꽃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당시는 자유당 정권의 전횡이 극을 달릴 때였다. 이승만 정부는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온갖 부정을 저질렀다. 경찰과 공무원이 선거운동에 동원됐다. 국민의 분노가 끓고 있었다. 학생들은 일요일도 등교해야 했다. 야당의 선거유세장에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배운 학생들의 순수한 눈에 자유당 정권의 불의와 부정, 횡포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 순수한 열정이 화산처럼 분출된 것이었다.

관련 시위로 보면 대구 2·28 의거가 처음일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4·19 혁명으로 이끌어간 운동은 3·8 의거였다. 3·8 의거나 4·19 혁명이나 시위가 끝난 뒤 학생들은 학교로 다시 돌아갔으니 그들의 뜻이 얼마나 순수했는지 알 수 있다. 3·8 의거는 충청청년의 기개로도 기억돼야 하겠지만 정신으로 더욱 기억돼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염원한 학생들의 의로운 기상과 숭고한 정신은 부정과 부패, 불의와 불법, 억압과 비민주에 대한 저항이요, 이 나라의 주인은 ‘나’라는 정신, 나라사랑이었다.”

이런 정신이 한동안 잊혀진 건 아쉽다. 다행히 기념사업회와 대전충남 4·19 혁명 동지회 등이 앞장서 재평가 작업을 촉구하면서 관련 자료집이 나왔고, 기념탑을 세웠다. 지역 초·중등학교 교과서에 현대사의 중요 사건으로 수록됐다. 당시를 재조명하고, 정당한 평가를 통해 그 정신을 계승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기념일로 지정됨에 따라 앞으로 정부 주관의 기념행사로 열리게 됐다. 59주년이 되는 내년 3월 8일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기념행사로 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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