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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머니가 뿌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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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1.11 16: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정관영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이 땅에 단 한 번 주어진 삶의 길에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 꿈의 성취를 위해 고난과 역경을 감내하며 나아간다.

꿈같은 세월, 지나온 인생길이 아득하기만 하다. 우리는 너무 일찍 조숙하고 너무 늦게 철드는가 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시니어는 슬플 때 눈물을 참았다가 기쁠 때 터뜨린다’고 했는데 지난 날 다하지 못했던 회한으로 속마음은 더욱 슬프지만 기쁨의 눈물을 쏟는다. 

우리가 아무리 역경을 만난다 해도 그 역경을 헤치고 최선을 다하면 인생은 한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몸으로 가르쳐주신 분이 있다. 자신의 딸처럼 나를 사랑해주신 장모님이다. 자식들 다 키우고 여유가 생기면 효도를 하려 했을까. 이미 하늘 가신 장모님을 떠올리면 그 저린 마음을 가눌 길 없다. 

장모님의 23주기 추도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족들이 모였다. 멀리 출타했다가 달려온 동서, 이천에서 막내 처제도 왔다. 모처럼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니 가슴 뿌듯하다. 각자 정성껏 추도예배를 준비하는 손길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다. 부족한 내가 ‘감사하는 생활’이라는 말씀을 들고 추도예배를 인도했다. 

장모께서 평생을 올곧게 사시면서 감사하는 생활을 했듯이 감사는 최고의 미덕이다. 감사함을 표하는 것은 또다시 받을 길을 닦아놓는 것이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는 감사함의 깊이에 달려 있다. 감사는 웃음을 만들고, 웃음은 감사를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어떤 이는 장미를 보고 왜 가시가 있느냐고 불평하지만, 어떤 이는 가시 중에도 장미가 피는 것을 감사한다고 했다. 

아침에 감사로 눈을 뜨면 그 생활은 밝지만 감사의 햇살이 불평의 구름에 가리면 그 생활은 흐릴 수밖에 없다. 이렇듯 감사의 생활은 우리의 인생이 변화되는 놀라운 경험이 되게 할 것이다. 성경에도 ‘하나님의 지으신 모든 것이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라고 했듯이 놀라운 축복의 삶이 깃들게 될 것이다.

추도예배를 마친 후 가족들과 정담을 나누었다. 처남은 농사를 지었다며 형제들에게 쌀 한 짝씩을 나누어 주었다. 막내처제는 여비라며 거금을 건네준다. 서로를 생각하는 훈훈한 모습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모두 장모님이 뿌리신 사랑의 씨앗이다.

처가에 가는 날엔 영락없이 마중 나와 먼발치서 기다려주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고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된장찌개, 수육을 감칠맛 나게 준비하여 내놓으셨다. 그뿐인가 부지런하기로 소문이 난 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성경을 봉독하는 모습 하며 그 분의 일상이 눈에 밟힌다. 

명절날, 솜씨 좋은 어머니가 지어주신 치마저고리를 입고 아내는 친구들과 온 동네를 뛰어다녔다는 얘기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이웃 어른들은 아내를 앞뒤로 돌려세우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엄마 바느질 솜씨 최고라고 칭찬을 많이 했단다.

지금도 달려가면 넉넉한 품에 안길 것 같고 전화를 하면 포근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장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마저 아련하다. 

살아계실 때 왜 이토록 그리움만큼 잘 해드리지 못했을까? 장모님의 그리움이 사무치게 일어나는 날은 행복을 심는 하루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계절 따라 알맞게 나누어 주고, 아니 자신을 몽땅 주고도 아쉬워하는 부모의 사랑이 있었기에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 않았나 싶다. 

더 먼저 우리들 곁을 떠나신 장인어른의 인자하신 모습도 다시 뵐 수 있다면 하는 마음이 통한으로 남는다. 

아쉬움에 함께 참석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다시 잡아본다.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장모님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자식들이 서로 아끼고 도우며 이 세상을 정답게 살아내기를 바라셨을 것이다. 요즘 백세 건강을 맞아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라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남에 일처럼 터부시되던 죽음 학(學) 강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갑자기 어머니를 잃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죽음을 말해주어야 할까. ‘엄마는 다시 만날 수 없지만 네 가슴 속에 영원히 살고 있단다.’ 

장모님이 내 마음에 살아계시듯이. 죽음은 곧 감사함과 통한다. 우리는 각자 앞에 놓인 삶을 감사의 선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웃을 섬기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이것이 부모가 뿌린 사랑의 씨앗을 잘 거두는 일일 것이다.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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