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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그는 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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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8.12.10 16: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수필가
이혜숙수필가

초겨울이 시작되는 때. 비행기를 탔다. 6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 태국이다. 20여명이 이곳 축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떠난 온 것이다. 국내축제와 해외축제의 다른 점을 보고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어떤 축제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설랬다.

태국은 어디를 가든 조성된 불상이 보인다.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길가에서도 부처님에게 기도를 한다. 어디를 가던 친숙하게 부처님을 볼 수 있다. 다리위에도 시장 입구에도 가정에서도 부처님을 모셔놓고 기도를 한다. 생활 불교로 국왕도 승려생활을 한다고 한다.

경건하고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사찰을 찾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경건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조용한 곳에서 기도하던 우리들과 다른 게 시끄러운 곳에서도 기도하는 모습이 진중하다.

수처작주라는 말을 자주하던 내가 저들을 신기해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모순인가. 시끄럽다고 기도가 안 될 리 없다. 정신만 집중하면 무엇이 불가능하랴. 불교가 생활화 되고 불법을 지키며 사는 저들이 가장 멋진 삶이지 싶다.

태국 방문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는 치앙마이란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는 그곳 사람들의 생활상과 지리적인 것에 대해 설명 들었다면 방콕에서는 태국 국왕에 대한 설명을 많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는 곳마다 국왕의 사진이 보였기 때문이다. 

상점에 들어가도 국왕 부부의 사진이 걸려있다. 길을 달리다보면 길 한 가운데 2년 전에 서거한 라마9세인 푸미폰 국왕과 라마10세인 와치랄롱꼰 현 국왕의 사진이 세워져있다. 곳곳에 두 국왕의 사진이 걸려있으니 관심이 가서 설명을 요구했다.

태국 국민들에게 라마9세는 왕이 아니라 신이란다. 라마 9세는 전국을 도시 단위가 아닌 마을 단위로 직접 돌아다니며 전 지역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고 한다. 

유명한 사례가 국경 지대의 절박하게 살아가는 농촌 마을이 마약 재배로 살아가는 것을 딱하게 여겨, 태국 제1의 커피 재배지로 전환시켰단다. 불교적 *탐마라차를 동반한 어진 왕으로서 마땅히 하는 것이며, 동시에 입헌군주제 하에서 최대한으로 왕이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단다. 

태국 대부분의 병원들은 왕실의 재산을 내어서 지은 것이란다. 이 외에도 라마 9세는 1천여 건이 넘는 농업관련 기획을 주도하고 토지개혁을 위해 왕실 소유지를 제공하는 등 태국의 농업 진흥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다했단다. 

그 결실 중 하나로, 태국 과학기술성이 인공강우와 관련하여 구름씨뿌리기 국제기술특허를 가지고 있게끔 개발을 주도했는데 그 덕에 가뭄이 극심할 때 인공강우를 성공시켜 친히 비를 내리게 만들기도 했단다.

왕실의 개인 사찰인 왓포 사원에 갔다. 외국인 가이드는 들어가서 설명하지 못한단다. 자기네 역사와 문화를 왜곡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한국말을 혼자 독학으로 배웠다는 왕궁가이드는 서투른 한국어를 구사한다. 어설프지만 한국말로 푸미폰 국왕에 대해 말할 때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회상이라도 하는듯한 표정이다. 라마 9세인 푸미폰 국왕은 지금도 태국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지금 국왕은 안 사랑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업적을 따라가지 못할 뿐 아니라 이혼을 몇 번이나 했으며 행동이 바르지 못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한단다.

1946년 왕위에 오른 후 2016년 돌아가실 때까지 70년간을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고 사유재산을 내놓음에 아끼지 않았던 분. 서거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들 마음속에 신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국왕의 국민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태국인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푸미폰 국왕은 태국의 역사상 최장 기간 재위의 왕 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최고 통치자 중 최장기 집권 통치자다. 재위 기간 중 이루어 낸 수많은 업적으로 인하여 태국 역사상 유일하게 생존 시 ‘마하라차(대왕)’ 칭호를 받은 왕이라 한다.

우리나라 지도자 몇 명은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왔다. 지금도 한분이 들어가 있다. 진정 국민을 위했다면 부끄러운 지도자로 낙인찍히지는 않았을 텐데. 태국 국왕과 많이 비교가 되며 부끄럽기도 하도 아쉽기도 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과 나라를 위한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태국에 훌륭한 지도자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아니 무지했다. 축제만 벤치마킹 할 게 아니라 지도자도 벤치마킹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탐마라차’는 ‘법왕, 정의로운 왕’. 탐마(Tamma)불교의 가르침인 법(法) (racha)는 왕이란 뜻. ‘탐마라차’(Tammaracha)는 ‘법왕’(法王).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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